재난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
최근 영화 '비상선언'을 보았다. 비행기 테러 주제의 영화인데, 현대 사회에서 자연이 아닌 사람에 의한 사건 사고들 역시 재난으로 표현하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 대사를 빌리면 테러, 총기 난사, 방화 등의 사고들의 피해자는 "그냥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고 한다.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이러한 재난들은 선악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는 점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아무리 생각해도 겸손하게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최근 폭우라는 재난이 우리에게 찾아왔었다. 아무리 인류가 우주와 해저를 탐사하고 첨단 기술을 보유할 지라도 자연 앞에서, 재난 앞에서는 한 낱 인간일 뿐이었다. 이번 폭우를 통해서 여러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발생했는데, 더 이상의 피해 없이 모두 잘 복구되길 바란다.
침수차가 많이 생겼다.
이번 폭우로 이슈 된 키워드 중 하나는 '침수차'이다. 이번 폭우에 의해 발생한 침수차는 총 1만 2천여 대라고 한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중고차 시장의 대처와 무관하게 사람들이 중고차 구매를 꺼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침수차를 모두 잘 처리하고 침수차가 매물에 없을지라도,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심리적으로 중고차 구매 심리가 크게 위축될 듯싶다. 아마 차량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라면 신차 구매를 하게 될 것 같다. 혹은 시기를 늦추거나. 만약 이러한 특성을 지닌 소비자들이 존재한다면, 이들에게 침수에 강한 차량을 소개하면 후킹(Hooking)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침수로 인해 많은 차량들이 침수된 데이터가 있으니 말이다. 과연 침수에 강한 차량이 있을까?
수입차와 국산차 침수 비율
어떤 차종이 침수되었는지에 관한 데이터를 보험사는 분명 가지고 있을 테지만 공개된 데이터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공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대한 분석해보려 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2일 오전 10시까지 전체 손해보험사(12개사)의 피해 신고는 9986건이라고 한다. 이 중 수입차는 3279건, 국산차는 6707건이다. 이를 보고 단편적으로 국산차가 침수가 더 잘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국산차와 수입차의 차량 점유율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아보니,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1년도 기준 국산차의 점유율은 83.6%이라고 한다. 즉, 수입차의 점유율은 16.64%이다. 하지만 이는 전국 기준 점유율이기에 이를 바탕으로 분석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가장 침수 피해가 컸던 서울은 어떨까? 찾아본 서울시에서 제공한 21년도 서울시 등록 차량 중 수입차 점유율은 19.4%였다. 서울에 수입차가 더 많을 것 같다는 개인 느낌은 있었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서울에서도 수입차가 많은 지역은 또 따로 있었는데, 서울에 등록된 수입차의 33.4%는 이번 폭우 피해가 컸던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 등록되어 있었다. 이를 고려하여 어느 정도 보정과 함께 계산하기 쉽도록 서울의 수입차 비율은 20%라고 하기로 했다. 모인 데이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국산차 : 수입차 = 80 : 20 = 4 : 1
침수 국산차 : 침수 수입차 = 6707 : 3279 = 2.045 : 1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침수가 거의 2배 가까이 많이 발생했음을 위 데이터들을 통해 알 수 있다. 물론 수입차 비율을 20%로 보정한 것이 침수 지역들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산차와 수입차의 침수 비율이 관계없음을 주장하려면, 수입차 비율을 33% 가까이로 생각하고 계산해야 한다. 이는 서울 전체의 수입차 점유율이 16.64% 임을 고려했을 때, 침수 지역에 서울 평균 점유율보다 2배나 더 많은 수입차가 등록되었다고 보정해야 나오는 수치이다. 따라서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침수가 잘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주장으로 보인다.
왜 그럴까?
이번 폭우를 통해 수입차의 침수 비율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비율을 고려해도, 수입차의 침수차가 더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 분석으로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침수가 잘 된다고 할 수 있을까? 이번 폭우에서만 1회 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해줄 객관적 근거가 필요했다. 이를 찾기 위해서는 침수차의 원인을 먼저 찾아보았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문화안전연구소에 따르면, 침수사고의 주원인은 엔진 흡입구를 통한 빗물 유입이라고 한다. 이러한 엔진 흡입구는 자동차의 타이어 절반 정도 높이 부근에 일반적으로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물 높이가 타이어의 절반 이상정도 차오르면 침수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엔진 흡입구가 낮게 위치한 차량일수록 침수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
위 연구소에 따르면, 수입차 엔진 흡입구의 평균 높이는 65.8cm이고, 국산차의 경우 72.6cm다. 즉, 수입차의 엔진 흡입구가 국산차보다 평균 6.8cm 낮았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침수가 빈번히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폭우로 인해 실제로도 침수차 중에 수입차가 많은 것을 확인했으므로, 엔진 흡입구의 높이가 침수의 주된 원인이라는 연구도 옳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이번 폭우에서 국산차에서 침수가 더 많이 발생했더라면, 엔진 흡입구가 침수의 주된 원인이기는 하지만, 다른 요건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고민했어야 했을 것이다.
앞으로 차량 변경 혹은 구매를 할 때 침수가 염려된다면 엔진 흡입구의 높이가 평균보다 높은 지 확인하는 것도 좋겠다!
요약
1. 폭우로 침수차가 많이 발생했다.
2. 국산차와 수입차 중 어느 차가 더 많이 침수되었을까?
3. 침수의 주원인인 엔진 흡입구 높이가 평균적으로 더 낮은 수입차가 침수가 더 많이 되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고, 실제로도 더 많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2/08/715870/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1070509310001425
https://m.hankookilbo.com/News/Read/201907141449749859
https://www.yna.co.kr/view/AKR202201230194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