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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의 눈 Aug 21. 2022

스티브 잡스가 극찬한 스타트업이 망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소비자가 구매하는 이유가 되진 않는다.

 요즘 거리에서 공유 전동 킥보드를 많이 볼 수 있는데, 필자는 혁신적이라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왜 혁신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지에 관해서 고민을 해보았는데, 아마 킥보드라는 친숙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제품이라는 점과 공유, 대여라는 단순한 사업 모델이 한 몫하는 것 같다. 혹자는 "나도 생각했던 사업 아이템이었는데..." 할 정도니까, 확실히 떠올리기 어려운 아이템은 아닌 것 같다.


 전동 킥보드를 포함해서 1인용 전동 이륜 이동기구는 이미 존재해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필자의 체감상 최근 5년간에 많이 등장을 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최초의 1인용 전동 이륜 이동기구는 무엇이며, 과연 성공을 했을까?

출처: 킥고잉 홈페이지, https://kickgoing.io/service.html


"PC 발명 이후 가장 놀라운 제품이다."
- 스티브 잡스

  2001년 세그웨이(Segway)가 두 발로 서서 타는 1인용 전동 이륜 이동기구를 세상에 선보이자,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PC 발명 이후 가장 놀라운 제품이다."라며 극찬을 했다. 극찬과 함께 약 6,300만 달러의 투자도 제의했는데, 2001년임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의 창립자인 제프 베조스도 "혁명적인 제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렇게 커다란 주목을 받으며 탄생한 발명품인 1인용 전동 이륜 이동기구는 보완할 점도 많았지만 정말 혁신으로 평가받았다. 2001년에 제품을 보았다면 오늘날 공유 킥보드를 보았을 때와 확실히 느낌이 달랐을 것 같다. 그런데, 세그웨이는 2003년부터 2020년까지 총 14만 대를 판매했을 정도로 실패했다.


 이런 것이 용두사미일까? 한 때 세상의 주목을 받았던 발명품이지만, 2009년 타임즈 선정 가장 쓸모없는 발명품 10개에 꼽히는 수모를 겪고 쓸모없는 발명품 취급까지 받게 된다. 결국 2015년 4월 세그웨이는 경쟁사인 나인봇에 인수되었다.


출처: 유안타증권

 세그웨이의 제품 정말 훌륭했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제품들처럼 몸을 앞 뒤로 움직이는 것만으로 방향 전환을 할 수 있고, 사용자의 무게 중심을 1/100초 단위로 측정해 넘어지지 않으면서 방향과 속력을 조절하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많은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 시장에 제품을 내놓은 이후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제품을 개선하지 못했다.
- 당시 300 ~1,000 만원 사이의 고가 제품이었으나, 중국의 저가형 경쟁사 '나인봇'이 등장하자,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 안정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 제품 중심적 사고를 하며 기업을 운영했다.
등등...

 

 그런데 오늘날 공유, 대여 서비스지만, 전동 킥보드가 유행함을 보았을 때 이러한 실패 이유들이 필자에게 와닿지 않았다.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세그웨이는
너무 앞서 나간 것 아닐까?


출처: Clayton M. Christensen, The Encyclopedia of Human-Computer Interaction, 2nd Ed. , Chapter 17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또는 와해형 혁신이란, 시장에 존재하는 기존 제품을 발전시키는 존속적 혁신(Sustaning innovation)이 아니라, 새로운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성능은 비교적 떨어지지만 새로운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는 혁신을 말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예시로는 대형 컴퓨터의 성능 경쟁이 뜨겁던 시절에 대형 컴퓨터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노트북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진입하는 것을 말한다.


 위 그래프에서 파란색 화살표가 존속적 혁신을 의미한다. 보통의 선두 기업들이 기존 제품들을 계속 발전시키는 것으로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이 있다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기술 격차를 보유하고 있다. 존속적 발전이 계속되다 보면 소비자 기술 요구 수준(빨간색 화살표)을 훨씬 넘어가게 된다.

 초록색 화살표는 파괴적 혁신을 의미한다. 보통 시장에 진입하는 스타트업이 또는 기업의 신사업부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진입하는데, 아무래도 초반에는 소비자 기술 요구 수준보다 훨씬 못 미치게 시작한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의 대부분을 선점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심지어 기존에 존속적 혁신이 발생하던 시장보다 규모가 커져서 대체되기도 한다.

 

 가장 최근 벌어지고 있는 파괴적 혁신 중 하나는 메타버스가 아닐까 싶다. 확실히 현재의 메타버스는 소비자 기술 요구 수준보다 아래에 있는 단계이다.

김재성의 눈으로 바라본 메타버스는 여기에!


 다시 돌아와서, 이러한 파괴형 혁신 그래프에서 필자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기술의 발전 속력 소비자가 요구하는 기술 수준의 성장 속력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기술이 발전하는 속력을 소비자가 못 따라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조금 과장된 예시를 들자면, 20년 전에 아이폰을 사용하기 편할까, 폴더폰이 사용하기 편할까? 여러 통신망 인프라나 서비스 인프라를 고려하면 20년 전에는 아이폰을 만들 것이 아니라 더 사용하기 좋은 폴더폰을 만드는 편이 더 경쟁력 있는 기업일 것이다. 단순히 인프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과연 어떤 소비자가 20여 년 전에 스마트폰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러한 의미에서 세그웨이의 1인 전동 이륜 이동기구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기술 수준보다 너무 진보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는 것이 가장 큰 실패 사유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최근에서야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된 여러 법률적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20년 전에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법률적 문제를 포함하여 물리적 인프라가 없었고, 소비자가 요구하는 기술 수준보다도 제품이 너무 앞서간 것 아닐까?



요약
1. 요즘에 전동 킥보드가 많이 유행하는데, 최초의 퍼스널 모빌리티를 만든 기업은 잘 있을까?
2. 엄청난 극찬을 받았던 세그웨이가 최초의 퍼스널 모빌리티 기업이다.
3. 요즘에서야 퍼스널 모빌리티가 유행하는 것을 보아, 세그웨이는 세상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이른 제품이기에 실패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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