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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눈 Mar 04. 2016

3. 불씨

 연못에 작은 조약돌이 던져졌고, 그 한 점의 물결은 연못 전체로 퍼졌다.


 2015년 봄이었다. 첫 째 아이가 어린이집을 옮겼다. 그리고  둘째 아이가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가게 됐다. 두 아이 모두 밝은 아이들 답게 금세 적응해줬다. 그래도 아내는 그간 신경 썼던 게 많았던지 내게 하소연하듯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어 보인다.


 "애들을 마음껏 놀리며 키우고 싶어. 지금도 나중에 초등학교에서도."


사실 아내가 자주 하던 얘기다. 극성에 가까운 이 시대의 교육열, 우리 아내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학원가를 전전하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지 않아했다. 자연을 벗 삼아  뛰어놀고 자연을 스승 삼아 배웠으면 했다.


 "나중에 애들 크더라도 학원에 안 보내면 되잖아."

 "그러면 되는데, 학원에 안 보내는 게 이상하게 비치는 주변 분위기도 싫어."


 초등학교도 아닌 어린이집을  보내면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나 보다. 하긴 우리 첫째가 영어를 배워오는 것을 보면 느낄 만도 하겠다 생각 든다.


 "광주시 퇴계면이 애들 키우기 좋다던데. 아가들이 조금이라도 어릴 때에 그런 시골스런 곳에서 키웠으면 좋겠다."


 나는 펄쩍 뛰었다. 지금도 출퇴근이 가깝지 않은데 광주시 퇴계면은 너무 힘들 것이다.


 "거긴 안돼. 너무 멀어. 대신 좀 더 가까운 곳을 찾아보자. 적당한 곳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이사 가자."


 난 참 쉬운 것 같다. 아내의 말 하나에 득달같이 달려든다. 하지만 시골스런 집은 우리의 꿈이지 않나. 마당 있는 집 말이다.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지만 시골스런 집이라면 응당 마당이 있을 것이다. 절대 아파트 일리는 없다. 마당 있는 집은 나 또한 원했고 10년 안에 꼭 이루고자 했던 소망 중 하나다. 그런데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 사는 것이 좋다 하니

 지금 찾아보자.


 그리하여 우리는 몇 주간 폭풍 검색과 약간의 발품을 팔았다. 재밌었다. 그러나 벽은 높았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서울에 있다. 서울로부터의 거리와 돈은 반비례했다. 그나마 눈에 들어오는 지역이 있었다. 지도로 보니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출퇴근 시간도 지금과 엇비슷할 것 같다. 우리가 감당할 만한 부동산 매물 건도 몇 개 보인다. 공기 좋은 산속 조용한 우리 집을 상상하며 주말을 이용해 찾아가 보았다.


 주말이라서 그랬을까? 기대는 무너졌다. 동네에 진입하는  곳부터 번잡했다. 음식점이 많았다. 음식점을 찾는 인파도 많았다. 조용한 동네의 기대가 깨졌다. 실망이 컸다. 상업지구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나마 번잡함을 피해 찾아간 다른 매물들은 너무 볕이 들지 않거나,  꼬부랑꼬부랑 너무 깊이 들어가야 되거나.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 경사가 높고 길었다. 집터에서의 조망만큼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펼쳐진 산 아래 풍경을 눈에 모두 담고 싶은 욕심이 시선을 바쁘게 만들었다. 들이마시는 공기에는 나무숲 향기가 가득했다. 그야말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을 산 꼭대기에 갇혀 지내게 할 수는 없다. 이 동네는 우리가 살 동네가 아니다.


 그 후에도 검색은 몇 날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그때마다. 거리에 실망하고, 돈에 실망하고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스치는 생각을 아내에게 짜증 썩어 내뱉는다.


 "우리 멀쩡한 집 놓아두고 지금 왜 이러고 있는 걸까?"


 남들도 살고 싶어 할만한 좋은 환경 속의 지금 집을 두고, 왜 다른 곳을 찾고 있는 것 일까? 아내도 조금은 지쳤는지 동조한다.


 "그러게."


 그렇지만, 스쳤던 생각과 달리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미 시골스럽고 마당 있는 집에 대한 소망이 꽉 들어차 있었다. 우리는 이미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깊이 꿈속에 빠져있었다. 나의 하소연은 잠시 지친 우리의 위안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는 꺼진 적도 없었던 시동을 다시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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