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선택했다. 그런데 집이 아니라 땅이다. 그리고 시골스럽지 않다.
주위의 학구열을 피해 시작된 시골스런 마당 집 찾기가 도시 속의 집 터를 구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아내는 그곳을 마음에 들어했다. 나 또한 마음에 들었다. 단지 형태로 토지를 분양하는 것이어서 나 홀로 집보다 보안이 좋을 것 같았다. 학교, 공원, 병원, 마트, 도시가스, 정비된 도로 등 도시스러움이 주는 편의도 클 것이다. 우리는 시골스러움이 주는 자연환경을 포기하고 보안과 생활 편의성을 택한 것이다.
아내는 스스로를 위안하듯 어디에 살든 동족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아내가 말한 동족의 뜻은 육아에 있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이웃을 말한다. 동족이 많이 사는 동네를 우리가 직접 찾는 것 대신에 그런 이웃들이 찾아오길 기대해 보기로 했다. 찾아오지 않거든 시야를 넓혀서 찾으면 된다. 바로 옆에 동족이 없더라도 찾는 범위를 조금 넓히면 사람 많은 도시이기에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친구이며 선생님이 되어주길 바랐던 시골 속 자연은 마당과 주변 공원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마당만 해도 어디인가? 조그만 모래 놀이터와 텃밭을 꾸미자. 야외 수돗가도 만들어 물장난도 할 수 있게 하자. 함께 뛰어 놀 강아지도 한 마리 키우고 어린 나무들도 4그루 심자. 아빠 나무, 엄마 나무, 첫째 나무, 둘째 나무. 엄마 나무는 아내가 원하던 대로 벚나무로 해야지. 봄이 시작되면 흰 벚꽃송이가 눈처럼 흩날릴 것이다.
그나저나 집을 짓게 되다니.
'일이 커졌다.'
우리에게 출퇴근 가능한 수도권 땅은 비쌌다. 땅값에 세금, 건축비까지 합하면 돈이 부족하다. 우리는 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양되는 필지 중 가장 작은 60여 평의 필지를 분양받았다. 작은 땅이 비용면에서 좋긴 한데 마당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을지는 걱정이다. 텃밭, 야외 수돗가, 나무 4 그루, 강아지 집, 그리고 주차 공간까지 있어야 되는데.
건축비도 걱정이다. 순수 건축비 외에도 천오백만 원 정도의 설계비는 따로다. 싱크대를 포함한 주방가구 구입비도 따로다. 추가로 조경과 울타리 비용도 따로다. 이 모든 것을 다해서 1억 중반대로 해야겠다. 집을 작게 지어야겠다.
땅을 계약하게 되면서 우리의 마당집은 코 앞까지 성큼 다가와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