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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눈 Mar 05. 2016

6.  밑그림을 그리다

 아내와 나는  마음속의 작은 풍파를 이겨 내었고, 위기에 대한 나름의 대비책까지 세우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앞을 향해 더욱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건축사를 찾는 일은 온/오프라인 상에서 계속되었다. 그러는 동시에 우리는 우리만의 집을 그리기 시작했다. 설계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이 아내에 의해 하나 둘 쌓여 갔다. 책 속의 사진들은 우리를 신나게 했다. 우리의 설계는 그  책들로부터 얻은 아이디어와 함께 차츰 구체화되어 갔다.


1. 마당이 훤히 보이도록 1층 거실 창을 개방감 있게 아주 크게 만들자.


2. 아이들이 거실에서 책을 펴 보기 쉽도록 거실 벽면 한편에 벤치형 좌식 책상을 만들자.


3. 요리를 하며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게, 주방에는 마당이 보이는 창을 내고 조리대는 거실을 향하도록 하자.


4. 누군가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을 때도 마음 편히  샤워할 수 있게 좌변기를 욕실에서 따로  분리시키자.

   세면대도 화장실 밖으로 계획해서  뛰어놀다 들어오는 아이들이 언제나 손 씻기 편하게 하자.


5. 욕조에서 반신욕을 하며 비스듬히 하늘을 볼 수 있게 욕조 옆에 낮은 창을 내자.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게 창과 거리를 두어 나무판을 대야겠다.


6. 햇살 좋은 날, 2층 안방의 이불을 볕에 널기 좋게 2층에 베란다를 만들자.

  1층까지 부피 큰 이불을 들고 내려갈 수고를 덜 것이다.


7. 2층 천장은 지붕 골격이 드러나 보이게 확 트자. 높은 천고로 마음까지 확 트이고 싶다.

   아이들도 높은 천고에 맞춰 평소에 상상의 나래를 높이 펼쳤으면 한다.


8. 아이들의 창의성 발달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락을 만들어 주자.

   다락방  한편이 아이들의 보물 창고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다락의 일부를 그물 놀이터로 꾸미자. 때로는 시원한 그물 침대가 되어줄 것이다.


9. 다락방 지붕에 창을 만들어 햇볕이 다락의 그물 침대를 지나 2층 바닥까지 내려 비추도록 하자. 

   어느 여름날 저녁에 온가족이 그물 침대에 나란히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일상을 속삭이고 싶다.


 마당에도 하고 싶은 욕심이  너무너무 많다. 야외 수돗가, 모래 놀이터, 상추와 고추가 자라는 텃밭, 화단, 나무 들, 강아지 집, 그네 의자, 공예 작업장 그리고 주차 공간 등.. 60평의 작은 땅이지만 옹기종기 다 만들어 볼까?

'지붕창은 우리 첫 째가 좋아하는 웃는 얼굴로 만들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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