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파는 회사는 단지를 조성하여 분양 중이었다. 그들이 분양하는 필지가 상당히 많았다. 모든 필지를 한꺼번에 분양하지는 않았고, 여러 단지로 나누어 하나씩 순차적으로 분양하였다. 우리는 이 중 첫 번째 단지에 속한 필지를 분양받았다.
몇 개의 건축사가 토지 분양 회사와 협약관계를 맺어 열심히 홍보 중이었다. 이 건축사들의 공사비는 대부분 평당 600만 원 정도였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예산에 비해 다소 비쌌다. 더 싼 곳을 바랐다.
수소문 끝에 상대적으로 싼 곳을 찾게 되었다. 가격 면에서 마음에 들었다. 좋았다. 한달음에 찾아가 건축상담을 받았다.
'싸게 짓고 싶은 우리. 그리고 홍보 효과를 노리는 그들.'
우리가 찾아간 건축사는 이후 분양될 단지에 설계, 시공사로 본격 진입하여 기존 건축사들과 경쟁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우리 집을 교두보로 삼으려 했다. 우리에게 거의 수익 없이 지어주겠다고 까지 말한다. 장사꾼들 '남는 게 없다'는 말은 다 거짓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집을 싸고 좋게 지어줄 것이라 믿어 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홍보 목적이라면 잘 지어야 되지 않을 까?
첫 번째 단지에 지어질 집이기에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 건축사와 우리의 바람이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두 개의 톱니바퀴가 딱 들어맞는 기분이었다.
봄 햇살이 따사로운 때에 우리는 설계계약과 시공계약을 했다.
'새집 다오.'
'싸게 다오.'
'좋게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