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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눈 Mar 08. 2016

8. 큰 산을 넘다

 집 짓기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앉고 있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파는 것이었다.

 좋은 가격에 팔 수록 땅을 사고 집을 짓는데 필요한 대출금이 적어진다.


 처음 우리 아파트의 매매 시세를 보았을 때는 깜짝 놀랐다. 분양가 대비 매매가가 많이 올랐다. 그런데 실거래 건수를 조회해 보니 2014년 6월 입주 이후, 단 한 건이 전부였다. 단 한 건의 거래를 전체 시세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마저도 아주 오래전인 겨울에 거래된 것이었다.


 한 낮의 햇살이 제법 따가웠다. 머지않아 여름이다.

 '거래가 이렇게 안되나?' 싶어 마음이 불안했다.

 물론, 입주한 지 이제 겨우 1년이 되어가는 아파트라는 특성이 작용했을 것이다.

 지금의 양도세 법에 의하면 입주한지 1년이 되기 전에 매도하면 40%의 양도세가 묵직하게 붙었다. 입주한지 1년이 넘으면 일반세율로 세금을 내면 되었고, 2년이 넘어가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었다.


 급한 사정이 없는 한, 입주한 날로부터 2년 후에 매도하는 것이 현명했다. 우리도 사실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다. 새 집을 짓고 아파트는 당분간 월세를 놓을 작정이었다. 월세 계약 기간이 끝나고,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때에 아파트를 매도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분을 만난 후 생각이 바뀌었다. 그때 그분. 임팩트 있으셨던 그분.


 미국 금리 인상, 한국 금리 이상, 경기 침체, 부동산 시장 하락이라는 무서운 예상 시나리오.

 아무도 확언할 수 없지만, 대비해야 했다.

 그래서 지금 아파트를 팔려고 한다. 집이 다 지어질 시점에 이사하는 조건으로 부동산에 내놓을 것이다.


 그런데, '거래가 안되면 어쩌지?'

 인터넷 부동산을 살펴보니 매물이 제법 올라와 있다. 이제 곧 있으면 입주한 지 1년이 넘어가니 양도세를 일반세율을 감수하고 팔려는 사람들이 제법 있나 보다. 그런데 최근에 거래 건 수는 없다. 시세도 모르겠다. 호가만은 상당히 높다. 과연 팔릴까? 나라면 살까? 불안하다.


 한 가지 배운 게 있다. 부동산에 직접 찾아가서 묻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인터넷상에서 확인한 매물 정보와 그에 따른 유추는 부정확하다. 인터넷에는 부정확한 정보가 많았었나 보다. 팔리지 않을 까하는 우리의 걱정은 말 그대로 쓸데없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여럿 부동산 사무실 중에 느낌 있는 곳을 골라 쏙 들어갔다. 현실을 모두 알고 있는 공인중개사 분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사려고 대기하는 분들이 여럿 있단다. 열 흘안에 거래를 성사시켜 줄 거라고 호언장담을 한다. 그동안 갖고 있던 불안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거짓말처럼 금방 한 팀이 집을 둘러보고 간다. 조금 있다가 또 한 팀이 집을 둘러보고 간다. 그러더니 계약까지 하자한다.

 놀라웠다. 그 간 짊어지고 있던 걱정은 모두 기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괜한 걱정이 억울했다. 계약하고는 속이 시원하면서도 아까웠다. '이렇게 좋은 아파트를 팔다니.'


 그래도 됐다. 원하는 가격으로 매도 계약했다.

 늦은 가을에 이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제는 더 좋은 새 마당집을 짓는 데 전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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