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살 집을 설계하는 일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나, 우리 가족이 함께 할 공간을 계획하는 일이니 얼마나 신이 날까?
이 신나는 일을 설계사와 같이 한다. 설계사가 우리의 머리 속 공간 계획을 평면도를 통해 현실로 끄집어낸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잦은 대화를 거쳐 평면도를 완성해 간다.
우리의 대화 수단은 주로 이미지를 첨부한 이메일이었다.
비교적 작은 집이라 그런지 대여섯 번의 수정으로 최종안이 나왔다. 현실에 맞는 설계 도면이 드디어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최종안이 나오기까지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평면 설계가 어느 정도 정해졌을 때였다. 설계에 따른 견적가를 받았는데 그 가격을 보고 너무 놀랐다.
비쌌다. 가격이 우리가 계획한 예산을 넘어서 저 높이 솟구쳐 있었다.
설계 과정에서 우리가 건축 면적을 좀 늘리긴 했다.
베란다도 추가했다.
데크도 추가했다.
창문도 넓혔다.
지붕도 프로방스풍으로 요구했다.
냉정히 생각하면 이해되는 가격이었다.
그런데 냉정할 수 없었다. 처음 생각한 가격과 너무 차이가 컸다. 발등을 찍힌 것 마냥 속이 쓰렸다.
'마진 없이 좋게 지어 준다 하지 않았던가?'
다행히 약 2주 간의 협상 아닌 협상을 거쳐 어느 정도 가격을 맞출 수 있었다. 건축사에서 나름 할인을 해줬고, 우리도 설계 및 건축 자재에 대한 욕심을 일부 버렸다.
이 과정에서 나는 한 가지를 크게 깨우쳤다.
계약할 때 어떤 건축 자재가 선택됐는지 꼼꼼히 살펴야 된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지 못했다. 가격만 봤었다. 싸게 맞춰진 계약서상의 건축 자재들이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성에 찰리가 없었는데 말이다.
사실 당시에는 건축 자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계약 내용을 살필 능력이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미리 공부했어야 했다. 외벽을 마감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나 많은지? 외벽 자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지붕은 어떤 자재들로 마감할 수 있는지? 내부 바닥이며 내장재는 또 뭐가 있는지? 창호의 종류는 어떻게 되는지? 등 등 어떤 방식을 선택해서 어떤 자재를 쓰느냐에 따라 그 가격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반성한다.
최소한 계약 당시 아내와 함께 갔어야 했다. 아내가 나 보다는 사전 지식이 훨씬 많았다.
건축사와 우리의 톱니가 약간 삐걱 거리긴 했지만, 여전히 맞닿아 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