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은 인성 안 좋은 사람들이 듣는 거 아니에요?

by eyewisdom


인성교육, 에이, 이거 인성 안 좋은 사람들이 듣는 거 아니에요?


얼마전 공무원분들과의 교육에서 첫 대면시 누군가 웃으며 던지신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던질 때, 아마 무의식 중에 전제하고 있을 것이다. 내 인성은 괜찮다고. 내게는 필요 없는 일이라고.

그런데 정말 그럴까?

당장 어제 하루만이라도 한번 떠올려보자.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걸 봤을 때, 문을 열어두었나? 아니면 못 본 척했나?

카페에서 직원이 실수로 잘못된 음료를 가져왔을 때, 어떤 표정으로 말했나?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았는데 앞에 임산부가 서 있을 때는?

직장에서 동료와 동기의 성과에 괜히 삐딱하게 굴진 않았나?

이런 순간들에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착한 사람이니까 당연히 올바른 선택을 했어."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100% 확신할 수 있을까?




재미있는 실험 결과가 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자신을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오히려 더 편견적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왜그럴까?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오히려 자기 행동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치 운전 고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방어운전을 소홀히 하는 것처럼.


인간은 누구에게나 착시현상이 있다.

자신의 선한 의도는 크게 보이고, 실제 행동의 결과는 작게 보이는것.

예를들어 친구가 고민을 털어 놓을 때 나는 위로를 담아 "힘내" 라고 말했으니 충분히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우리는 모른다.

선한 마음과 선한 결과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격이 있다는 것.


또하나, 내가 아는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나는 다르다는 점이다.

내 눈에는 단호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차갑게 보일 수 있고, 내가 생각하기에 배려한 것이 상대에게는 거리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내가 농담이라고 던진 말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이런 간격을 좁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끊임없이 나 자신을 돌아보고,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연습이다.


우리는 운전을 하려면 면허를 따야 한다. 교통법규를 익히고, 실기연습을 하고, 시험을 본다.

그런데 운전면허를 땄다고 해서 더이상 운전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걸까?

평생 안전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새로운 도로상황에 적응해야 하고, 때로는 운전습관을 점검해야 한다. 심지어 정기적으로 면허 갱신도 해야 한다.

그럼 인성은? 어린 시절 가정과 학교에서 기본을 배운다고 해서 평생 그것으로 충분할까?




부모님 세대가 예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때로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렇듯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10년 후에는 구식이 될 수도 있다.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관계의 방식도 계속 바뀌고 있다. 예전의 상식만으로는 새로운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것이다.


사실 세상에 '나쁜 사람'이라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를 멈춘 사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를 그만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가장 무서운 건 '나는 좋은 사람이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하며 성장을 멈추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서서히 우리가 경계하던 그런 사람이 되어간다.


그렇다면 인성교육이란 무엇일까?

인성교육은 자신의 마음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시간이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무심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더 따뜻한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는 시간이다.

좋은 사람들이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듣는 것이 바로 인성교육이다.

"나는 인성이 괜찮으니까"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이 인성교육이 가장 필요한 때다.

마치 건강할 때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자신의 인성에 자신이 있을 때야말로 더욱 겸손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은 복잡하고, 생각보다 우리는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은 인성 안 좋은 사람들이 듣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답할 수 있을것 같다.

인성교육은 자신의 인성에 만족해버린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

좋은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지혜로운 사람이 더 지혜로워지고, 따뜻한 사람이 더 따뜻해지기 위한 여행이다. 그 여행에 함께 해 보는게 어떨까...

가장 위험한 것은 악한 마음이 아니라, 선한 마음에 대한 과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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