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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May 06. 2023

소똥령 산나물 대잔치

지난 주말 소똥령에 다녀왔다. 거기 살고 있는 친구로부터의 초대로, 고성에 사는 친구 부부와 함께 다녀왔다.     


소똥령은 지난해 이맘때 다녀온 뒤로 처음이다. 그 사이에 아내의 건강도 좋지 않았고, 은퇴족이 뭐가 바쁘다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시간을 맞추었다.     


중앙시장 단골로 다니던 가게에서 순살 닭강정과 방금 구워낸 맛있는 빵을 사서 가는 길을 재촉했으나 봄길은 나른했다.       


검푸른 동해바다를 보며  7번 국도를 따라 30분 정도 올라가서 대대리 삼거리를 만났다. 이곳 검문소는 오래전 건봉산에서 군대생활 할 때 휴가증이나 출장증없이 이 선 남쪽으로 내려올 수 없었던 넘사벽이었으나 오늘을 가뿐하게 지나 진부령길로 들어섰다.      


도로가로 보이는 풍경! 예전의 모습은 간데없고 단정한 새길이 아직 낯설다.    


소똥령이 가까워지니 도로를 연해 나란히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조금씩 바빠진다. 맑고 고운 소똥령 계곡물은 아직 여전하다.     


봄꽃들의 반가운 인사를 받으며 친구네 집에 도착해 집 주변을 돌아보니 꽤나 어수선했던 집이 많이 정리되었다. 곳곳에 수고한 손길을 느꼈.      


대단하다고 덕담을 해주었지만 속마음으론 농촌생활 만만치 않구나 생각하며 나는 이 생활할 수 있을까 자문해 본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내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야외 식탁에 둘러앉아 반가움의 수다를 떨다 나물 캐기 체험을 했다. 모두 동심으로 변해 소소한 행복을 만끽했.       

이윽고 준비된 산나물 대잔치. 도대체 몇 가지인가? 다 알아볼 수 없어서 일일이 기록했다. 삼채, 머위나물, 취나물, 원추리, 방풍나물, 돗나물, 참나물, 참두릅, 엄나무, 능개숭마... 귀한 봄의 전령사들이다.     

솜씨 좋은 안주인이 대부분 들기름, 된장, 소금 간으로 무쳐낸  나물요리로 소똥령의 향연이 시작되었.


식사를 하며 문득문득 돌아보니 봄이 한창이나 소똥령의 봄은 아직 층층으로 나눠있다. 와지선엔 신록이 완연하나, 중턱은 검푸른 숲이 신록과 조화가 잘 이뤘고, 꼭대기는 아직 검푸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다 보니 짧은 해가 진부령으로 쪽으로 간다. 백두대간 동녘이라 해가 짧다. 이런 데에선 초롱불 켜놓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하룻밤을 보내면 안성맞춤이나 현실의 발길을 돌려야 했다. 


산나물 같은 소채류의 무기질은 장건강에 특효약이라 하며 바리바리 싸주는 안주인이 마음이 고마워 한 보따리씩 가져왔다. 우정과 봄기운도 함께 가져왔다.      

   

늘 푸른 소똥령은 하늘과 물이 맑다. 오염에 찌든 도회인들을 깨끗이 씻어준다. 사람냄새가 나는 아름다운 소똥령 마을에서 정겨운 이들과의 봄나물 대잔치! 언제 이런 호강 다시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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