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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Oct 11. 2024

가을, 내면의 충만함을 채우는 시간

경제학에서 쓰이는 용어 중에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있다. 이 법칙은 어떤 사람이 같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소비할 때 느끼는 만족감이나 필요성이 점차 감소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할지라도 같은 음식을 반복해서 먹다 보면 질린다. 이처럼 한계효용은 반복될수록 점차 줄어들게 된다.    


내면의 공허함이 크거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외적인 자극을 시도하곤 한다. 달콤한 디저트를 한 입 베어 물 때, 여행을 떠날 때, 멋진 옷이나 액세서리를 구입할 때, 우리는 잠시나마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그러나 그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권태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피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겪는 대부분의 욕구충족 행위가 그럴 거라는 의미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생이란 '고통'과 '권태'를 왔다 갔다 하는 시계추와 같다고 하면서, 이 두 극단에 빠지지 않으려면 내면의 풍요로움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생활인들에게서 내면의 풍요로움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메슬로우가 말하는 자아실현 활동을 꼽을 수 있다.


유난히도 길고 무더웠던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왔다. 무더위를 견디고 맑은 하늘에서 비치는 햇볕과 일교차가 큰 가을은 오곡백과를 무르익게 한다. 곡식과 열매들이 속살이 차올라 충만해지는 시기다.  


문화평론가 김기석 님의 표현처럼 우리가 겪는 삶의 여정은 우리의 뜻대로 말랑말랑하지만은 않지만,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이 가을에 오곡백과가 익어가듯이, 우리의 삶도 그렇게 무르익어 가기를...   


어떤 친구는 밥만 먹으면 당구장에 살며 500을 치게 되었고


어떤 친구는 색소폰에 몰입하여 수준급 연주를 하며 곳곳에서 봉사연주를 하고


어떤 친구는 LH에서 하는 취약지구 독거자 방문상담을 하며 용돈도 벌고


어떤 친구는 신학공부를 한 후 목사안수를 받고 선교활동을 한다. 


다 부럽고 칭찬한다. 그러나 난 거창한 게 없고 다만 아내와대화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유인즉 내가 전역한 지 10년이 넘어 군대물 다 빠졌다 하지만 오랜 군생활로 권위적이며 귀납적 언어에 익숙해져 있다.


이에 비해 대개의 여성들은 연역적 언어를 구사하는데 그 때문인지 아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충돌하고 본심과 다르게 상대방의 마음 상하게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아내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말에 가사에 협조하지 않아 짜증을 내면 하루종일 불편한 적도 꽤 있다. 사실 내 아내는 이중적인 소위 '여자언어'를 심하게 쓰는 편도 아닌데...


은퇴족이 되면 바깥 생활이 서서히 줄어들게 되 자연스레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늘게 되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진다. 내 또래의 남자들이 갖는 문제로 보인다.


어떤 이는 그 상황에서 그냥 밖으로 돌거나 묵언수행 입을 닫는 데 무척 좋지 않은 방법으로 생각된다. 말 한마디에 천냥빛을 갚는다는 소통이 필요하다.   



올가을에는 청처가가 되어야겠다.


아내를 무서워하는 경처가(驚妻家)가 아니라 경청 즉 아내의 말을 귀 기울여 듣겠다는 청처가(聽妻家)가 되겠다.


그러면 이것이 내면의 충만함도 채워주고,

범사에 감사하는 자세살면 얻어질 작은 행복하나 가져다 주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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