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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속초맛집

아내가 단번에 정이 든 식당

by 시냇물

아내가 단 한번 가서 단번에 정이 든 식당이 있다. 자꾸 가자고 한다. 나도 못 이기는 척하고 따라가는데 내심 맘에 든다.


그 식당은 우리가 다니는 영랑호 산책길 길목에 위치하는데 건물 외관이 워낙 초라해서 관심을 두지 않고 여러 번 지나쳤던 식당이다.

어떤 주말 정오가 안된 시간인데도 식당 주변에 젊은이들 몇몇이 서성대길래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지나갔다. 그러다가 그 다음주에도 산책길에 서성거리는 사람들을 보았다. 이번에는 두터운 보온용 비닐막 안에 옹기종기 사람들이 꽤 보인다. 웬일일까?


산책을 하며 검색을 해보니 이 허름한 식당이 맛집이란다. 혹시 시외버스 터미널이 멀지 않은지라 동서울행 버스를 기다리던 여행객들 때문에? 찾아오기가 만만치 않은 거리인데... 이식당은 장칼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으로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청춘들에게 아름아름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식당은 정말 사이즈나 형색이 보잘것없다. 건물 외관도 별품 없으며 식당 홀에는 식탁 4개(그중 3개는 2인용)가 초등학생도 불편할 작은 사이즈로 다닥다닥 배치되었고, 골방이 두 개 있는데 평식탁 3+2개가 전부다. 내부에 여유공간이라곤 전혀 없어 음식을 기다리며 떠들기는 어림없고 모두들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시골 틱 하며 정겨운 모습이다.

이 집은 장칼국수가 주메뉴다. 이 음식은 우리 어머니의 체취가 배어있는 추억의 음식이다. 어려서 힘들게 살 때 어머니께서 480(미군 구호물자 밀가루 포대의 번호) 밀가루로 시도 때도 없이 칼국수만 해주기 미안하니 며칠에 한 번씩은 칼국수에 고추장이나 막장을 풀어서 해주셨던 그 음식 아닌가?

사실 나는 이 음식에 깊은 맛을 느끼지는 못한다. 밀가루 음식에 깊은 맛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다만 이 집 장칼국수 맛이 담백하고 식후에 갈증이 나지 않는 걸 높게 평가한다.

근대 왜 많은 사람이 찾을까? 나름 생각해보니저 착한 가격이다. 속초시내 최저 가격대다. 두 번째는 주문을 받고 조리를 시작한다. 신신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바로 조리한 것이라면 좋은 음식일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주문 후 손님은 한참(20분 정도)을 기다려야 하니 식욕이 더 돋우게 되어 맛있게 먹게 되고... 배달을 하지 않는다 하니 그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도 된다.

젊은 사장이 나름 개념을 가지고 식당을 운영하는 것 같다. 그러니 손님들이 꾸준히 찾고 있는 것 아닐까? 블로그로 아름아름 알려져 이제는 주말에는 대기 손님들이 꽤 많다. 평일에도 점심 피크타임에는 웨이팅이 있다고 한다. 초심을 변치 않고 오래오래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소담한 “정든식당”이 되길 소망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면류 음식을 즐긴다. 한국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서민의 음식 칼국수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사랑받는다. 얼큰해서 해장국으로도 일품인 장칼국수를 자랑으로 삼는 "정든식당"이 영랑호 산책길을 뻔질나게 다니는 우리 부부의 반가운 친구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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