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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Feb 03. 2022

속초의 히든 플레이스 칠성조선소

청초호의 보석 같은 히든 플레이스 칠성조선소를 우연히 찾게 되었다.     


청초호가 본디 아름다운 곳이지만 속초시 한가운데라 도시발전의 상처들 고스란히 떠안은 호수다. 곳곳에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처방이 되어 있어 호수의 품격이 많이 손상됐다.      


교동 어촌계 부두도 보이고, 수협 공판장도 우람하다. 배들을 수리하는 조선소나 엔진을 수리하는 작업장도 보인다. 속초 구시가지 주차장도 청초호 변으로 몰아넣어 흉물스럽고, 상업성 짙은 유람선 선착장, 요트 정박장 등도 편치 않다.

       

제일 불편한 점은 이런 것들 때문에 호반길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다. 어느 날 오후 호수공원에서 끊어진 호반길을 두고 석봉도자기 미술관을 지나 시내 구길로 가다가 호수 쪽으로 조그마한 골목길이 보였다.

     

왠지 발걸음이 끌려 들어섰다. 새로 지은 모텔을 지나자 막다른 길에 큰 목제 대문이 길의 끝임을 알리는데 분위기기가 조금 이상했다. 뭔가 있었다. 입구에 가니 목제간판에 칠성조선소라고 쓰여있고 안에 인적이 느껴진다.     

대문 옆 왼편에 오래된 낡은 건물이 보이는데 안에 뭐가 보인다. 조선소의 역사자료를 전시해 놓았는데 나름 시크하다. 붙어있는 옆 건물에는 배 들던 작업도구나 실물들이 보였다. 아 무슨 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구나 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카페 같은 건물도 보이고 배 만들던 야드의 모습도 그대로 보인다.

 

이곳이 바로 속초 조선산업의 요람이던 성조선소가 있던 곳이다. 1952년에 문을 연 이 조선소는  한국전쟁 후 속초 수산업 황금기를 함께 하였다. 주로 목선을 제작 및 수리했으며 속초를 대표하는 조선소였다. 그러나 조선산업의 변화(목선철선FRP)에 어쩔 수 없이 목선 제작 조선소인 칠성은 서서히 사양화 되었다.  

   

2018년 이곳에 3세 경영자가 와이 크래프트 보츠라는 레저선박 브랜드를 설립하고 카누와 카약을 만들면서 복합 문화공간으로 칠성조선소가 다시 태어났다. 살롱, 뮤지엄, 플레이 스케이프, 오픈 팩토리로 구성되었다.      

돌아보니 세 부류의 방문객들이 보인다. 노부부와 연인, 여사친들이다. 노부부는 속초의 조선소 추억을 더듬어 찾아보려 온듯하며, 연인들은 청초호가 보이는 편안한 곳이라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며 행복해하고, 여사친들은 이리저리 사진 찍기가 바쁘다.   

    

그곳을 다녀온 뒤 좀 더 알아보니 젊은이들한테 속초의 핫플레이스로 알려져 있다.

     

방문길은 청초호 호수공원에서 멀지 않으나 허름한 골목길 초입을 잘 찾지 않으면 낭패이니 유의하기 바란다.      


저 복합 문화공간이 상업적으로 성공할지는 모르겠다만 과거와 현재,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하는 공간으로 오래오래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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