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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Feb 07. 2022

고성 능파대를 돌아보고

지난 연휴에 능파대를 다녀왔다. 사실 가보고자 한 곳은 고성군 홍보자료에 고성 8경 중 두 번째로 소개되는 천학정이었다.


기대가 컸나! 바닷가 풍치 좋은 곳에 아담하게 지어진 정자! 딱 그 뿐이었다. 별 스토리도 없고 바로 코밑에 상업시설이 보여 적지 않게 실망하고 가려다 교암리 해수욕장 끝에 어항과 암반들이 여기저기 보여 혹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막상 가보니 제대로 정리가 안된 어수선한 어항이었다. 뒤편 조금 특이하게 보이는 바위군들 초입에는 능파대타포니란 조그마한 안내간판이 딸랑 하나가 있었다. 설치된 데크를 따라 돌아보았다. 동해안 다른 곳 보다 좀 다른 모습의 바위들이고 파도치는 해안의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능파대타포니? 산스크리스트 말 인가? 아니면 티베트 말 인가? 도대체 햇깔렸다. 조금 더 확인해보니 능파대(凌波臺)의 타포니(tafoni)로, 즉 이 암반지대(타포니)가 지질 관련 특이하고 보기가 좋아 능파대라 불려지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설명도 안내도 너무 황당했고 관리에 무심한 지자체가 야속했다.

 

잠시 돌아보고 집으로 돌아와서 이곳저곳 능파대와 타포니를 알아보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지질공원 '타포니'와 관련해서는 내가 전문지식이 없는 문외한이라 각설하고, '능파대'에 대해 좀 더 정리해 보았다.        


능파(건널 , 물결 )란 말은 직역하면 파도 위를 걷는다는 의미이며,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 중국 시인 조식은 능파를 미인의 아름다운 걸음걸이로 노래했다.    

  

'능파'라는 말은 고유명사는 아니고 곳곳에 쓰인다. 동해시 촛대바위 뒷산에도 능파대가 있고, 고성 건봉사 대웅전 앞에도 능파교가 있으며, 전라도 곡성에 능파 마을이 있고, 태안사에 능파각이 있다.    

 

()’의 사전적 의미는 흙이나 돌 따위로 높이 쌓아 올려 사방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곳이다. 북한산 백운대, 설악산 비선대 등 뛰어난 절경을 가진 곳에 붙여진다.


이 말은 군에서도 많이 사용한다. 3군본부가 있는 곳을 계룡대, 육사를 화랑대라고 부른다. 군에서는 군단장급 이상 지휘관이 부대를 지휘하는 곳에 란 명칭을 사용하는 게 관례다. 선봉대, 무열대 등등...지휘도 높은 곳에서 잘 보여야 하니... 같은 맥락이다.      


조상들이 고성 문암 해변 암반지대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예지하고 능파대라 불렀던 것 아닐까?    

조선시대 어떤 강원감사가 순시중 파도가 해안가의 기암괴석에 부딪치는 아름다운 광경 보고 이곳을 능파대라고 명명했고, 조선 중기 문필가 봉래 양사언 선생의 바위에 친필 음각된 글을 기 신 것 아닌가? 지금은 훼손되어 식별이 어렵다는 데 너무 무심하게 능파대를 방치하는 것 아니가?      


이곳 문암리 능파대에서 'BTS 2021 윈터 패키지'를 촬영을 했다한다. 비록 상업성있는 작업이지만 세계 최고의 춤-소리꾼 BTS도 이곳에서 영감을 주고받고 매력을 발산한 곳 아니가?


동해시는 4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해서 촛대바위(애국가 첫 소절 동영상에 나오는 바위)가 잘 바라보이는 곳에 능파대 정자를 지었다는 데...스토리가 없는 문화유적은 죽은 바나 다름없다. 공감시대 아닌가? 고성군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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