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정에 주저리주저리 얽힌 사연

by 시냇물

속초시민의 사랑을 듬뿍받는 아름다운 영랑호에는 자랑거리도 많지만 그중 범바위의 당당한 위엄도 큰 몫을 한다.


그간 영랑호를 여러번 다녀왔는데 범바위에는 한번도 오르지 않았다. 겨울이라 결빙이 된 듯하여 아내가 불편해 하는 것 같고, 평범한 모습의 정자각과 핵석류의 바위군이라 특별한 게 없을 것 같은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날씨가 풀려 포근한 지난 주말 오후 범바위를 올라갔다.

범바위 꼭대기에서는 호수를 조금 멀리 조망할 수 있어 좋았으나 예상했던 그대로다. 오히려 아담한 정자 영랑정(永郎亭)에서 의미있는 스토리를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좀 더 정보를 확인하고 상상을 해보았다.

조선 중기의 나라에서 만든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영랑호에 영랑선도들이 놀며 감상하던 정자터가 있다는 기록이 있었.


신라 화랑 영랑 등 4선이 이곳에 휴양과 수련을 할 때 영랑정을 지었다는 의미다. 범바위라고 특정지어 지지는 않았으나 가장 유력한 곳이 범바위나 신세계 리조트 식당 자리 아닐까 추정해 본다.


이 역사사료를 근거로 정자를 복원하기로 한 속초시는 시민공모를 통해 명칭을 영랑정으로 정하고 밤바위 금장대 터에 지었다.


금장대는 6.25 전쟁시 속초 수복에 공이 큰 11사단장 김병휘 장군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범바위에 지었던 정자를 말한다. 1970년대까지 있었는데 퇴락해 기단부만 남았던 상태였다 한다.


한국전쟁사를 확인해보면 1950년 10월 1일 양양군 기사문 해변부근의 38선을 돌파한 국군의 선두는 3사단이었다. 지금의 7번 국도를 따라 원산을 향해 파죽지세로 공격을 계속하여 10월 3일 간성, 10일경 원산을 점령하여 미군의 원산상륙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38선을 최초로 돌파한 3사단 장병들은 그공로로 전원 1계급 특진을 하였고, 그날을 기려 ‘국군의 날’이 제정되었다. 우리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상징하는 조치들이다.

선두부대인 3사단은 속초지역을 10월 2일경 통과했으리라 판단되며, 잔적은 방치한 채로 신속히 북진을 하였다. 이에 후속하던 11사단이 잔적 소탕 및 안정화 작전을 하였을 것이다.


8.15 광복 후~전쟁 전까지 북한공산체제하 도시였던 속초는 수복지로 혼돈의 상태였을 것이며, 전시계엄하 군의 통제하 행정체제가 준비되는 과정에 관할부대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리라.

이에 대한 공적으로 속초시민들이 정자를 헌정한 것인데, 금장대(金將臺)란 명칭은 김병휘 장군의 성(金)과 장군의 장(將)을 따온 정자 명칭으로 보인다. 이 아름다운 영랑호에도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는 것이다.

또 하나가 보인다. 속초도립병원 좌측 호수변에 보이는 ‘통천군 순국동지 충혼비’다. 전쟁시 UN군 휘하 극동사령부 첩보수집부대 요원으로 원산~함흥 앞바다의 섬(난도,여도,마양도)에서 첩보수집 및 유격작전을 수행하다 산화한 114위의 영령들을 기리는 충혼탑이 있다. 이곳에 설치된 사연은 다음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우리 부모들이 목숨으로 지켜낸 조국산하다. 이제는 경제적 번영도 어느 정도 이루었고 문화선진국이 되었다. 정말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다. #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