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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 살다보니
왜 영동지방에는 늦겨울에 큰 눈이 많이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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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물
Apr 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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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제일 북쪽 건봉산에서 군생활을 시작한 나는
큰 눈에 대한 슬픈 추억을 가지고 있다
. 그 사연은 나의 브런치 데뷰작인 ‘큰 눈의 추억’에서 밝혔다
.
그런데 왜 이곳 영동지방은 큰 눈이 많이 올까
? 그것도 한겨울이 아닌 늦겨울이나 초봄에...
조선 중엽인 1633년 이식의 ⌜수성지⌟에는 ‘통고지설(通高之雪), 양간지풍(襄杆之風)’ 즉 ‘통천과 고성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양양과 간성에는 바람이 세게 분다’라는 구절이 있고, ⌜택리지⌟에도 쓰였다 한다.
오래전부터
영동지방의 기후를 설명하는 말로 쓰였던 것이다
. 비록 지금과 같은 정교한 과학 장비나 기술은 없었지만 조상들의 오랜 경험 속에 만들어진 지혜의 산물인 것이다.
한반도 내륙 대부분이 북서풍 몰아치는 한겨울에 들어서면 눈이 많이 내리고 대설을 전후해 큰 눈이 오지만,
영동지방은 춘분을 지난 늦겨울
~초봄에 유달리 큰 눈이 많이 내린다. 무슨 연유가 있을까?
한겨울에 우리나라는 시베리아 찬 대륙성 고기압 영향으로 북서풍이 불고 서해바다를 건너오며 습기를 머금어 바닷가 해안을 중심으로 눈이 많이 내린다. 특히 상대적으로 긴 바다를 건너온 호남지방이 더 그렇다.
그러나 겨울이 끝날 무렵 따뜻한 공기에 밀려서 북쪽 대륙성 고기압은 만주 동쪽으로 밀려나 주로 북동풍이 분다
.
이 바람이 동해를 지나며 다량의 수증기를 머금게 되고, 태백산맥에 부딪혀 상승하며 강한 눈구름이 만들어지고 폭설로 이어진다.
바닷가에 높은 고지군인 설악산
, 향로봉, 금강산 등 태백준령이 폭설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양간지풍과 통고지설! 양간지풍은 봄철 건조한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푄현상이 발생해 강한 바람을 만드나, 통고지설은 늦겨울 북동풍이 동해에서 습기를 머금고 태백준령에 부딪혀 큰 눈을 만들어 낸다.
태백준령이 바람과 바다와 어울려 기기묘묘한 두 현상을 만들어 낸다.
속초로 이사 오고 얼마 안 된 온 직후인 올해 1월 초 집 앞에 70cm가 넘는 큰 눈이 왔다. 이 눈을 보고 오래전
좋은
친구를 보냈던 건봉산의 군생활을 추억하고 장례를 치렀던
건봉사를 다녀왔건만 대대본부 후방지휘소를 찾지 못해 아쉬웠다
.
며칠 전 그곳을 다시 찾았다. 건봉사 입구 좌측 산자락에 폐막사만 남은 부대 터를 발견하고 너무 반가웠다. 옛날을 추억해보니... 일주일 사이로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은 친구 어머니의 애통한
모습이 떠오른다.
울다가 실신하고 울다가 실신하고... 작년에
그 모친의 장례에 참석해서 자식을 먼저 보내고 40년을
더
사신 어머니의 마음은 어떠실까 잠시 생각했었다
.
자고로 군에 간 자식은 무사 귀가가 최고의 사명이다
. 더군다나 자식이 귀한 요즘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돌아보니 908m의 건봉산은 태백준령 중 상대적으로 높지는 않지만 바다 가까이에 있어 해풍이 그대로 부딪히니 큰 눈이 오는 가 보다
.
금강산 자락도 그렇고
... 그래서 통고지설의 사연이 만들어진 것 같다
.
하늘과 땅이 만드는 기상
! 이 좁은
영동지방에도 변화무쌍하다
. 우리나라 기상 예보 적중률 92%, 강수 적중률 46% 정도라 한다
.
인공위성과 슈퍼컴,
AI가 있어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
그러니 일구지난설(一口之難說) 즉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수성지⌟ 의 끝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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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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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미지의 먼 길로의 여행이다.동반자가 있으면 한결 수월하다.결혼에 이어 은퇴라는 인생의 또다른 변곡점을 지난 장년의 부부가 행복의 신기루를 찾는 旅程의 斷想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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