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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Apr 26. 2022

양간 산나물 잔치!

4월에 들어 봄 산나물 잔치를 두 번 하였다. 바닷가로 이사해 사는지라 여기서 산나물은 생각도 못 했고 아내와 주로 생선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이달에 봄 내음 가득한 산나물의 매력을 듬뿍 느끼는 행복한 시간을 두 번이나 가졌다.     

 

사실 내 고향이 강원도 산촌이지만 평생 떠돌이 직업군인 생활을 하였는지라 산나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고 잘 모른다. 모친이 즐겨 따오시는 쑥, 계룡대 근무 중 관사 옆에서 꺾어봤던 고사리, 전방부대 영내에서 종종 발견됐던 두릅, 지인이 보내주었던 취나물이 거의 전부다. ! 처갓집 울타리 곁의 머위도 안다.     


그런데 지난겨울 양양 송촌 떡마을을 돌아볼 때 마을 곳곳에 군락을 져서 자라고 있는 두릅나무들을 보고 봄철 때가 되면 오리라 마음먹었었는데 지난 4월 초순 양양 5일장에 맞추어 다녀왔다.     


송촌 떡마을에서 두릅을 살 때까지도 참두릅과 개두릅을 식별할 줄 몰랐었고, 개두릅이 엄나무 인지도 몰랐으며, 땅두릅은 존재 자체를 몰랐었다. 하여튼 튼실한 참두릅, 개두릅을 한 묶음씩 샀다. 개두릅 요리법을 물어보니 떡 판매 당번 아주머니가 두릅향을 살리기 위해 소금과 깨, 볶은 들기름넣으라고 계속 강조를 한다.   

지금까지 참두릅을 초고추장에 찍어만 먹었는데 그분 덕분에 개두릅을 무쳐서 다른 봄나물(오가피, 고사리, 취나물)과 비벼먹었다. 장류는 넣지 않고 참기름만 약간 넣었다. 오가피의 쌉싸래한 맛도 일품이고, 취나물의 향기로운 풋내도 변함없으며, 개두릅이 이렇게 맛있는 나물인지 처음 알았다.    

     

둘이 오붓하게 봄 산나물 잔치를 했다. 아내가 3월 코로나 회복 후 식욕이 없고 힘들어했는데 맛있게 먹는 걸 보니 난 그냥 행복했다. 한겨울을 잘 견뎠던 대지의 양기와 신초의 향을 가득 머금은 봄 산나물이 보약인가 보다.     


지난주에는 근처에 사는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간성 소똥령 사는 친구가 봄나물을 가져온다니 함께 점심 식사나 하자고... 약속시간 10분 전에 칼같이 도착했는데 소똥령 부부는 아직 안 왔다. 그려려니 하고 수다를 떨고 있는데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이유인즉 아침에 집 주변에서 산나물을 따서, 대쳐 오느라 늦었다 한다. 식탁에 선보인 산나물이 헉! 나는 분별할 능력이 없는데 이름을 물어보니 땅두릅, 개두릅, 능개승마, 어수리, 취나물, 방풍나물, 머위, 참나물이라 한다. 때깔도 고운 봄의 전령사들이다. 능개승마와 어수리는 또 처음 들어 보는 나물이다.   

간단히 식탁을 차려, 우선 나물을 종류별로 조금씩 먹어보며 향과 맛을 음미해 보고, 대접에 밥을 조금 넣고 온갖 나물들을 함께 비벼서 먹었다. 종류별 맛을 감별하고 즐길 전문적 식견이나 취향이 없는지라 잘됐다. 화합의 비빔밥이라니...       


바닷가의 봄나물! 금수강산이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계절의 조화 속에 좋은 식생을 주었, 조상들이 지혜롭게 식별해서 우리에게 전해준 큰 유산 아닌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움트는 새싹에서 나오는 향기와 오감을 자극하는 맛! 특히 쌉싸름한 봄 산나물의 맛은 떨어진 입맛을 올리는 생명의 에너자이져다!      


양양과 간성의 거센 바람을 견디고, 해풍의 자양분을 머금은 봄 산나물을 양간 산나물로 네미밍을 해서 '입맛이 없는 사람들에게 팔면 어떨까!'하는 허황된 생각도 해본다. 

    

내년 4월이 오면 영랑호 벚꽃길 산책을 한 뒤 양양 송촌마을에 가서 싱싱한 개두릅을 따고, 간성 소똥령 계곡에 가서 능개승마, 어수리, 취나물, 방풍나물, 참나물을 한 소쿠리 뜯어와서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불러 산나물 잔치를 해야겠다.      


양이 많아 먹고 남은 것은 살짝 대쳐 냉동실에 보관해서 생각이 날 때마다 꺼내 먹으면 되겠. 진시황이 동방에서 불노초를 찾으려 했다는데 이곳 양간 산나물이 불로장생과 회춘의 비약일 줄 누가 아랴!      


*** 양간지풍(襄杆之風) : 봄철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서풍이 태백준령을 넘으며 푄현상으로  영동지방으로 강한 바람이 부는데 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바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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