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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Apr 28. 2022

건봉산 건봉사

건봉산! 고지 정상에서 육안으로 동해 바다가 편안하게 보이는 곳!


접적지역이라 인적이 뜸해서인지, 자연이 살아 있는 이 산은 향로봉과 함께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908m라 하나 바닷가라 상대적으로 매우 높고, 체감으로도 그렇다.      


나의 임관 후 첫 보직이 이 산꼭대기에 있는 소초장이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군대생활을 했다는 노무현 벙커도 내 책임구역 내에 있었다. 워낙 고지가 험하기도 하지만 철책을 담당하는지라 산에서 내려올 기회는 아예 없었다.      

단 한 번! 가까웠던 동기생이 폭설 때문에 사망했을 때 장례에 참석하러 갔었는데 그 장소가 산 아래 건봉사 바로 옆의 대대본부였다. 그 사연은 브런치 데뷔작인 큰 눈의 추억에 밝혀 놓았다.  

    

건봉산은 유난히 바람이 세다. 산 중턱에 중대급 선점(先占) 부대가 있었는데 그곳이 특히 심했다. 짚차가 날아갈 정도로 바람이 세다 해서  바람이라 불렀다. 지금 생각해보니 양간지풍이다.      


그 추억의 건봉산을 다시 찾았다. 접적지역이라 산은 오를 수는 없고 건봉사로 향했다. 그때는 절이 민통선 내라 민간인들의 출입이 어려운 시기였으나 그 뒤로 조정돼서 자유로이 출입이 가능한데 기억이 아스라하다!    


건봉산에 건봉사! 산 이름이 먼저였을까? 절 이름이 먼저였을까? 궁금해서 확인을 해보니 조선시대 여러 지리지와 고지도에 건봉산에 대한 기록이 나타나지 않고, 건봉사에 대한 기록만 보이는 것을 보면 건봉사가 먼저인가 보다.      


건봉(乾鳳)고개에 큰 돌이 봉황이 나는 모양과 같다는 절 창건자의 말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건봉의 '건()'은 주역 64괘의 머릿괘로 강건하다, 견고하다의 의미가 있는 말이고 봉은 봉황이라, 절 이름으론 너무 화려한 느낌인데 이렇게 작명한 깊은 뜻은 잘 모르겠다.     

 

또한 이 절은 신라 중엽(520)에 창건된 고찰이며 창건 당시 원각사라 불리다 고려 공민왕 때 건봉사로 개칭되었다고도 한다. 창건자의 작명 사연과 공민왕 때 개칭 사연이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오래전 옛날 사연이 전해지는 게... 좀 그렇다.     


건봉사는 석가모니 치아 사리를 모시는 적멸보궁으로 조선 4대 사찰로 꼽혔고, 한국전쟁 전까지는 조계종 31 본산의 하나로 금강산, 설악산 일대 9개의 말사를 관장하는 절이었다. 절 입구 일주문에 금강산 건봉사라 한 이유였다. 현재는 제3교구 본사인 신흥사의 말사이다.     

 

전쟁 당시 거의(642) 전소 되었으나 온전했던 것은 불이문과 대웅전으로 가는 운치 있는 능파교와 돌기둥 두 개다. 최근 복원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국가 사적으로 지정도 추진중이다.     

이 절은 사명대사가 의병을 일으키고 조련시킨 곳이며, 그 규모가 6천 여명이나 되어 절 앞 냇가가 쌀뜨물로 하얗게 뒤덮였었으며, 훈련하면서 먹고 씻었다는 냉천약수 일명 장군 샘이 남아 있다.     

 

만해 한용훈 선생도 백담사에서 출가 후 이 절에서 한 때 용맹 정진하였다는 이력을 보면 이 절은 예사롭지 않은 절인가 보다. 그분의 흔적을 돌아보려 했으나 기념관 문이 굳게 닫혀있어서 아쉬웠으나 입구의 시비에 적혀있는 예쁜 시 한 수 감상하고 발길을 돌렸다.     


시제가 사랑하는 까닭인데 이 시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야?’라고 아내에게 묻자 헌신적인 사랑을 노래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을 한다. 감성이 부족한  마음을 들켜버렸다.      


***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한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만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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