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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적 공급" : 나르시시스트가 가장 갈망하는 것

심리학 이야기

by 이상혁 심리상담가


나르시시스트에게 ‘자기애적 공급(Narcissistic Supply)’은 자기 존재의 안정성을 지탱하는 연료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고 카리스마적으로 보이지만, 그 화려한 외피 아래에는 깊은 불안과 열등감이 숨어 있다. 그들은 이러한 취약성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지속적인 확인과 인정을 필요로 한다. ("난 특별한 존재야! 나를 인정해! 나를 숭배해!")이는 내부에서 충족되지 않는 공허감을 메우기 위한 본능적인 갈망에 가깝다. 따라서 나르시시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기분이다. 즉, 자기애적 공급이란 ‘나를 특별한 존재로 느끼게 해주는 모든 외부 자극’을 의미한다. 이는 칭찬, 존경, 두려움, 질투 같은 감정 모두를 포함한다.


나르시시스트의 매력적인 면모는 사람들을 쉽게 끌어당긴다. 특히 특정한 인물을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기 위해 상당 기간 대단히 공을 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특별 대우는 어디까지나 자기애적 공급을 끌어내기 위한 목적이다. 시간이 흘러, 상대방이 자신에게 열광하거나 감탄하지 않으면, 혹은 자신의 통제와 지배에 따르지 않으면, 나르시시스트는 상대를 더 이상 가치 있는 공급원으로 보지 않고, 냉담하거나 공격적인 태도로 대하며 다른 공급원을 물색한다.


자기애적 공급이 바닥나는 상황은 나르시시스트에게 거의 공포에 가까운 위기감을 유발한다. 그들은 자신의 공허와 마주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공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감정 폭발, 연기, 피해자 행세, 기만적 행동 등을 사용한다. 관계에서 자기애를 공급 받을 수 없을 경우, 나르시시스트는 대개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네가 변해서 그래’, ‘너만 제대로 했었다면’ 같은 말로 상대를 조종한다. 가스라이팅에 종속된 상대는 자신이 문제라고 여기며 복종과 순응으로 나르시시스트에게 자기애를 공급한다. 나르시시스트는 만족한다. 이것이 나르시시스트가 타인과의 관계를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이유다.


하지만 아무리 자기애를 공급 받아도 부족하다. 그들의 내면은 바닥이 뚫린 그릇처럼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존의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소모적이고 고통스러운 패턴으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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