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101] 자존감 강의 런칭하였습니다.

심리상담 이야기

by 이상혁 심리상담가

작년 중순이었다. 클래스101 담당자님으로부터 심리학 강의를 하나 만들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심리상담으로 바빴던 터라 고심했지만, 흥미로운 시도일 것 같아서 수락했다. 이후 담당자님과 미팅을 하고 강의 주제를 자존감으로 정했다. 하지만 작업은 계속 늦어져서 작년 12월에야 간신히 런칭을 할 수 있었다.


어찌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자존감'을 강의 주제로 삼은 계기는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자신을 의심하고 무너질까. 상담과 강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충분히 노력했고, 이미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심리학 서적을 통해 자존감을 키우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연애에서, 인간관계에서, 일 앞에서 계속해서 흔들렸다. 그 이유는 분명했다. 문제는 노력의 부족이 아니라, 자존감을 다루는 층위 자체가 잘못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존감은 의식적으로 다짐하고 연습한다고 생기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훨씬 더 깊은 곳, 우리가 평소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구조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이 강의는 처음부터 '어떻게 하면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이미 어떤 자아 구조 속에서 세상을 보고 있는지, 왜 특정한 상황에서 유독 약해지는지, 왜 비슷한 관계와 감정을 반복하는지를 차분히 들여다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새로 배우느냐가 아니라, 이미 내 안에 굳어 있는 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무의식은 논리로 설득되지 않지만, 이해될 때 변화한다. 이 강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억지로 긍정하려 하지 않아도, 애써 강해지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신을 덜 미워하고 덜 흔들리는 방향으로 마음의 구조를 재배치한다.


이 과정은 일시적인 기분 전환이나 동기부여와는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린다. 처음에는 오히려 감정이 또렷해지고, 불편한 자각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무너짐이 아니라 정렬에 가깝다. 자존감이란 스스로를 대단하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잘되지 않는 순간에도 자기 자신을 놓지 않는 능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강의가 목표로 하는 것은 자존감이 높아진 '느낌'이 아니라, 실패와 거절, 비교와 불안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내적 안정감'이다. 그렇게 형성된 자존감은 상황에 따라 오르내리지 않고, 단단한 삶의 지반처럼 조용히 작용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은 단일한 이론이나 자극적인 구호가 아니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뇌의 작동 방식, 심리학이 축적해온 임상적 통찰, 철학과 인문학이 다뤄온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지식이 추상적인 설명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계에서 왜 특정 유형의 사람에게 끌리는지, 직장에서 왜 유독 평가에 취약해지는지, 목표 앞에서 왜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지 같은 아주 현실적인 장면들 속에서 무의식의 작동을 읽어내고, 그 구조를 조금씩 바꿔나간다. 변화는 극적이지 않지만 분명하다. 어느 순간부터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걸 본인이 가장 먼저 느끼게 된다.


이 강의의 목적은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나로 돌아가는 것이다. '본래의 나', 그것이 곧 자존감 자체이므로. 조건이 붙지 않은 자기 신뢰, 성과와 관계없이 유지되는 자기 존중, 타인의 시선에 덜 휘둘리는 내면의 기준. 이것은 기술이 아니라 존재의 변화이며, 그래서 한 번 자리 잡으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통해 형성된다. 이 클래스는 그 과정을 천천히, 그러나 깊이 있게 함께 걸어가는 안내서다. 무의식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삶 전체로 번져가는 경험, 그것이 바로 이 강의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