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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사랑, 그리고 우리가 자꾸 길을 잃는 이유

감성 에세이

by 이상혁 심리상담가

외로움 때문에 시작되는 사랑이 참 많아. 뻔하면서도 묘하지. 처음엔 딱 알맞은 온도의 위로가 되는 것 같아.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느낌이 텅 빈 방에 불을 켜주는 것 같고. 근데, 문제는 그 불빛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거야. 금방 깜빡이고, 결국 어둠이 더 깊어진다는 거지.


사실 이건 우리가 외로움을 견디는 데 서툴러서 그래. 외로움이란 게 말이지, 진짜 지독하잖아. 한밤중에 복도에서 울리는 발소리 같고, 가끔은 우릴 조여오는 악몽 같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그 공허함을 메우려고 누군가를 찾는 거지.


그런데 그 사람이 정말로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저 내 외로움의 틈새를 막아줄 임시방편인지 잘 구분하지 못해.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사랑은 애초에 균형이 맞지 않지.


처음엔 뜨거워. 상대의 따뜻한 손길, 다정한 말 한마디가 외로움을 잊게 만들어줘. "아, 이제 됐다. 나도 행복해질 수 있겠구나" 싶어. 하지만 조금만 지나봐. 그 위안이 점점 희미해지고, 다시 외로움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지. 그러면 생각하게 돼. "내가 진짜 이 사람을 사랑하나?" 그런 의문이 들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찜찜함이 쌓여. 그게 점점 무거워지고, 결국엔 우리가 붙잡고 있는 게 사랑인지, 아니면 외로움이 만든 허상인지 헷갈리게 되는 거야.


진짜 문제는 이 사랑이 우리 자신을 속인다는 거야. 진짜 감정을 왜곡하게 만들어. "이 정도면 괜찮아. 그래도 혼자보단 낫잖아"라며 스스로를 설득하기 시작해. 그러다 보면 정작 진짜 사랑을 만났을 때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거야. 외로움을 피하려던 선택이 더 큰 외로움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거지.


그럼 왜 우리는 이런 사랑을 반복할까? 외로움이 주는 무게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야.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이라잖아.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외로움은 도망치거나 덮어버릴 게 아니라 직면해야 할 감정이라는 거야. 외로움은 나 자신과의 관계가 틀어졌을 때 나타나는 신호거든. 그러니까 먼저 나 자신과 잘 지내는 법을 배워야 해.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사람으로 채우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를 돌아봐. 무엇이 날 외롭게 만드는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해봐야 해.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그게 제대로 된 사랑으로 가는 길이야. 누군가가 아니라, 나 자신을 먼저 이해하는 것.


그리고 외로움이 꼭 나쁜 건 아니야. 외로움은 우리가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감정이야. 외로움이 찾아올 때마다 그걸 없애려고만 하지 말고, "그래, 네가 왜 왔는지 좀 얘기해보자"라고 대화해봐. 진짜 사랑은 외로움을 없애는 게 아니라, 외로움과 함께 걸어갈 누군가를 만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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