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이야기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인간관계, 돈, 회사, 연애, 부부 생활, 커리어 등의 크고 작은 일상의 문제에서부터 우울증이나 불안, 강박증, 공황장애 등 심각한 정신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괴로움을 겪습니다.
좁은 지역에 대단위의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도시 단위 주거 형태의 특성 상 우리는 필연적으로 무수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직업은 세분화되고, 경제적 격차는 위아래로 벌어지며, 그로 인해 라이프 스타일은 다채로운 형태로 세분화 됩니다. 수많은 생각과 욕망이 부딪히고 세대와 세대가, 성별과 성별이 충돌합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미움과 부러움, 그리고 시기와 질투의 감정이 휘몰아칩니다.
직장 상사 또는 동료와의 마찰, 괴로운 가족 관계,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 사랑 없는 결혼 생활, 상처 뿐인 인간관계, 열등감과 자괴감 등은 우리 주변에서 늘상 관찰되는 일들입니다. 하지만 막상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딱히 벗어날 방법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미 굳어져 일상화 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세상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참아라. 버텨라. 견뎌라. 그게 인생이다. 그게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다......하지만 그럴 수록 우리의 내면은 죽어갑니다.
이처럼 우리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심리적인 문제는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의 갈등에 의해 일어납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많은 정신질환과 스트레스는 기질과 환경의 충돌에 의해 발생하는 것입니다.
먼저 기질은 생물학적, 유전적 배경에 근간을 두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속성입니다. 이렇게 타고난 기질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일관성을 제공하며 대인 관계를 비롯한 생애 전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즉, 기질은 배우거나 교육받지 않고도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성질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러한 관점에서 기질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석을 특정한 모양으로 깎아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속한 환경입니다. 환경이란 무엇일까요? 가족, 친구, 동료, 주변 사람들, 주거 환경, 분위기, 학교, 직장, 문화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환경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줄곤 무수한 환경에 노출되며 살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회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환경인 거죠. 사회는 기질, 그러니까 우리의 본성을 깎아내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말입니다.
생긴대로 살아야 편하다, 라는 말 들어보신 적 있죠? 기질과 환경의 갈등, 그러니까 본성과 사회와의 충돌이 다양한 심리적 고통의 원인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회는 어떻게 우리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드는 걸까요? 그것은 사회적 조건화를 통해서 진행됩니다.
사회적 조건화는 사회가 그 사회의 지배적인 신념, 가치, 규범에 부합하도록 개인의 생각과 행동과 감정을 다듬는 과정입니다. 이것은 가족, 또래 집단, 학교, 종교, SNS, 각종 미디어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이렇게 형성된 사고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은 세대를 걸쳐 전승됩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무엇이 올바른 삶인지. 소셜 컨디셔닝을 통해 사람들은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 윤리, 관습에 무의식적으로 젖어 들게 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생각들을 무비판적으로 사실로서 받아들이게 됩니다. 즉 우리의 생각과 신념의 대부분은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우리의 내면에 심어진 것입니다.
사회적 조건화는 항구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멈추거나 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가치와 질서에 맞춰 살아가기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교통 신호를 지키고,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지 않고, 사회적인 윤리와 규범에 맞춰 살아갑니다.
문명화 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이렇게 특정한 절차를 따르며 살도록 교육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서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안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줍니다. 그리하여 사회는 공동체의 결속과 유지를 달성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마치 사회가 인생의 가이드라인을 우리에게 내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고, 자동차를 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주택을 구매하고, 노년을 준비하는 것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경로라는 것을 제시하여 주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사회는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인구는 증가하고, 생산성은 상승하고, 문명은 발전합니다. 결과적으로 사회는 계속해서 번영할 수 있게 됩니다. 소셜 컨디셔닝은 우리의 전 생애에 걸쳐 이어집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David-Émile Durkheim)'은 말했습니다.
사회적 사실들은 우리 의지의 산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이 외부에서 우리의 의향을 결정한다.
사회적 조건화는 대체로 이로운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도 삶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으며 이는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소셜 컨디셔닝은 개인의 욕구를 억압하고 제한하는 속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사회가 관심 있는 것은 개인의 기질, 그러니까 본성이 아니라 사회라는 시스템의 영속이니까요. 사회가 바라는 것이 개인에게도 적합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이 과정에서 본성과 사회의 충돌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여기가 바로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입니다.그래서 우리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게 진짜 나인가?"
그 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진정으로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