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이렇게 난감한 조합이라니!

예민한 엄마가 예민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by 모개

어릴 때부터 눈물이 많았다. 눈물의 이유는 슬픔이 아닌 불안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하교 후 집에 돌아와 엄마가 없으면 마음이 불안해져 눈물이 났다. 엄마가 없는 집은 어둡고 거대하게 느껴졌다. 텅 빈 집이 나를 집어삼킬 것 같아 무서웠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까지 더해져 결국 울음이 터졌다. 이런 마음을 어쩌지 못해 옷걸이에 걸려 있는 엄마 옷을 끌어안고 울었다. 얼마 후 들어온 엄마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또 청승 떨고 있네.” 라고 했다.


나도 내가 이상했다. 왜 엄마가 없는 빈 집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눈물이 나는지 알 수 없었다. 언니, 내 친구들은 엄마가 잠시 집에 없으면 오히려 좋다는데 나는 왜 이럴까. 그렇다면 엄마 말처럼 ‘청승 떠는 애’가 맞구나. ‘청승 떠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지만 안 좋은 의미라는 건 알았다. 그 후 불안감은 잘못된 감정이며 겉으로 드러내거나 표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불쑥불쑥 불안감이 올라올 때면 남몰래 숨어 울거나 감정을 억누르고 부정했다. 때론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공상을 하거나 특정 행동을 강박적으로 반복하기도 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부정하니 관계 맺음에도 영향을 주었다. 친구나 연인이 나를 떠날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렸다. 헤어질까 무서워 무조건 양보하고 배려했다. 때로는 집착하기도 했다. 결국 친구 또는 연인과 이별하게 되면 내 잘못이라며 자책했다. 가끔씩 겉잡을 수 없이 올라오는 화도 주체하기 힘들었다. 왜 화가 나는지 이유를 몰라 답답했다. 한없이 우울하고 슬퍼져 그 감정 속에 빠져 헤매기도 했다.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 곧 관계가 깨질까봐 두려웠다. 그 마음을 이기지 못해 집 앞 가로등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울었다.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가짜처럼 느껴졌다.


번번이 끝이 안 좋았던 연애를 반복하다 남편을 만났다. 무던하고 착한 남편 덕에 결혼 하고 아이를 낳았다. 처음 해 보는 육아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날 괴롭혔다. 한 번 아이에 대한 불안이 시작되면 ‘엄마 자격이 없구나.’로 결론 지었다. 그럼 더 열심히, 집중해서 아이를 돌봤지만 마음은 편해지지 않았다. 결국 아이의 모든 일과를 계획에 맞춰 통제했다. 위험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모든 상황을 철저하게 제거했다. 하지만 불안감으로 시작된 강박과 통제가 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 후 상담센터를 다니고, 관련된 책을 읽으며 우리의 예민함을 제대로 마주했다. 과거의 내가 왜 남들과 달랐는지, 불안감은 왜 유독 크게 다가왔는지, 불안감과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또 나의 예민함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내 아이는 어떤 아이인지, 내 아이의 예민함은 나와 어떻게 다른지, 나는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돌봐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나의 과거 육아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예민함이 어떻게 부딪치고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얘기하려고 한다. 또 서로의 예민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 어떻게 멋진 무기로 다듬고 있는지도 말해주고 싶다.


세상에 존재하는 예민한 엄마와 아이들이 더 이상 자신을 자책하며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예민함은 까다롭고, 이상하고, 잘못된 것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주 값지고 귀한 능력이다. 그러니 예민한 그대들이여, 지금부터 나와 함께 가슴 쭉 펴고 당당하게! 오케이? 오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