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이야기

by 모개

지수는 미간에 잔뜩 힘을 준 채 하영이를 바라보고 있다.

밖에 나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종일 나가자고 조르는 하영이를 이기지 못했다.

오랜만에 밖에 나온 아이는 잔뜩 신나 여기저기 뛰어다녔고,

지수는 신경을 곤두세운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초등학교 고학년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우르르 몰려왔다.

순간 지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이를 향해 달려갔다.

갑자기 달려와 자신을 안은 엄마 때문에 움직일 수 없자 버둥거렸다.

지수는 아이들 무리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여기는 위험해. 우리 이제 집에 들어가자.”

“벌써? 조금만 더 놀면 안 돼?”

“응. 안 돼.”

단호한 엄마의 말에 포기한 채 엄마에게 안겼다.

지수는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오니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얼굴에서 긴장감도 사라졌다.

아이는 익숙한 듯 거실에 앉아 혼자 장난감을 갖고 놀기 시작했다.

오늘 아이 간식은 아토피인 하영이가 먹어도 되는 수제 쿠키다.

쿠키를 만드는 중간에도 계속 하영이를 살폈다.

아이가 장난감 조각을 삼키는 건 아닌지,

움직이다 가구 모서리에 부딪치는 건 아닌지

모든 것이 불안했다.

집안 곳곳에 설치된 안전장치를 눈으로 확인하며 겨우 불안한 마음을 거두었다.

그때 하영이가 지수를 불렀다.

“엄마, 아빠는 언제 와?”

지수의 마음에 파장이 일어났다.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누르며 대답했다.

“엄마가 말했잖아. 아빠는 안 온다고. 이제 우리는 아빠를 볼 수 없어.”

“어디 멀리 간거야?”

“응. 멀리 갔어. 이제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아.”

어두워지는 아이 얼굴을 보며 안쓰러웠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엄마는 너를 살인자 아빠 밑에서 키울 수 없어. 이제는 엄마가 너를 지킬거야.’


지수는 그녀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기억하기 싫고 밉지만 가슴을 아프게도 하는 그녀.

다들 그녀를 살인자, 사이코패스라고 불렀지만 지수는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김경희다.


놀이공원에서 하영이가 죽은 날, 병실에서 눈을 뜬 지수는 현실을 부정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우리 하영이가 죽었을 리 없어.’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평소 조심성이 많았던 지수였지만 그날은 달랐다.

무언가에 홀린 듯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지수씨 되시죠? 여기 00병원 영안실입니다. 하영이 시신 때문에 그러니 빨리 영안실로 와주시겠어요?”

하영이라는 이름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리 하영이요?”

“네. 지금 보호자분께서 급하게 처리해주셔야 하는 일이 있는데 남편분께서는 전화를 받지 않네요. 우선 저희도 일이 밀려 급하니 이지수님께서 빨리 와 주세요. 빨리 내려오시지 않으면 저희가 임의대로 하영이 시신을 처리 하겠습니다.”

“네? 임의대로요? 세상에! 무슨 그런 경우가. 저, 지금 00병원 입원실에 있으니 바로 내려갈 수 있어요. 제가 내려갈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급히 침대 위에서 내려왔다.

순간 몸이 휘청였지만 침대의 난간을 겨우 붙잡고 다리에 힘을 줬다.

‘하영아, 엄마가 내려갈게. 우리 애기. 그 차가운 곳에서 혼자. 엄마가 지금 갈게. 기다려.’

그렇게 지수는 정신없이 영안실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하영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죽어있는 하영이 아닌 살아있는 하영이를.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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