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더 위험하고, 더 아프다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고
아픔이 길이 되려면 / 김승섭 / 동아시아 / 2017
코로나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사람은
'20년 7월 25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1천 5백만 명, 사망자는 63만 명을 넘었다. 한국에서는 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한 감염이 전체의 37%, 그 외 집단감염이 27.25%를 차지(*1)한다. 집단감염에는 ㅇㅇ 중증장애인 시설, ㅇㅇ재활원, ㅇㅇ콜센터, ㅇㅇ물류센터 등에서 발생한 환자들이 포함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회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이 주로 근무하는 곳에 집중적으로 분포해있나? '20년 4월 BBC코리아는 개발경제학자인 임라안 발로디아의 말을 인용해, “지속적인 소득이 있고 자산이 있는 상류층은 폐쇄를 버틸 수 있지만, 경제적 하층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보도(*2)했다. 경제적 상류층은 재택근무를 하거나, 잠시 일을 중단하여도 사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저소득층은 근로환경이 아무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해도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장애인이나 요양병원에 거주하는 노인들도 혼자 생활이 어렵고 경제적 자원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더 넓은 곳으로 거처를 옮길 수 없다. 결국, 사회적 약자가 코로나바이러스가 걸릴 위험성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된다.
누군가는 더 위험하고, 더 자주 아프다
김승섭 교수는 ‘차별 경험과 고용불안 같은 사회적 요인이 비정규직 노동자나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를 주로 연구’한다. 저자는 이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p.7)다고 말한다. 건설노동자들의 금연율에서부터 IMF 경제 위기에 처한 국민들의 결핵 사망률까지, 공동체 구성원들의 건강은 사회와 밀접한 연관을 보인다. ‘위험한 작업장을 방치했던 일터가 금연율을 낮췄고, HIV 치료약 공급을 전적으로 민간보험에 맡겨둔 지역사회가 AIDS 사망률을 높였고, 경제 위기 속에서 공공보건의료 영역의 투자를 줄이기로 한 국가의 결정이 결핵 사망률을 증가시켰’(p.71)다.
한국 사회에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기댈 사회적 안전망이 없었다. 전공의들은 장시간 노동과 폭력적인 환경에, 소방공무원들은 위험한 현장과 고된 업무, 일반인으로부터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양쪽 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정부와 언론이 국민과 피해자를 이간질’(p.184)하는 태도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생존자 가족들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치유되지 못했다. 성소수자의 건강은 비과학적 혐오 속에서 HIV/AIDS에 취약해진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밝혀진 것만 150명이 넘었지만, 2015년 정부 기관에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모두 제도와 규제 개선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문제였지만, 개인이 혼자서 대비책을 마련하고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내가 살고 싶은 공동체는
어떤 사람도 이 세상에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사람들은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도움을 주고받는다. 반대로, 공동체라는 것은 구성원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공동체가 굴러가려면 ‘그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책임’(p.71)을 다해야 한다. 저자는 어떤 공동체에서 우리가 건강할 수 있을지를 질문한다.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p.295)의 힘이 얼마나 거대하고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누구나 바이러스에 비슷하게 노출된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더 위험하고 더 감염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동체 내에서 누가 사각지대에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초유의 위기 앞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대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 보이더라도,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그의 고통을 눈감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가 바로 내가 살고 싶은 공동체다.
(*1)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정부 공식사이트 http://ncov.mohw.go.kr/
(*2) 코로나19: 왜 일부 인종이 더 취약하게 나타날까? / 크리스틴 로 / BBC Future / 2020.04.25
https://www.bbc.com/korean/news-5242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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