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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Jun 22. 2022

꿈을 빚는 메모

정혜윤의 《아무튼, 메모》를 읽고


(대체 텍스트) 물결 치는 듯한 아이보리색 천 위에 책이 올려져 있다. 책 왼쪽 위쪽에 솔방울 세 개, 왼쪽 중앙에 솔방울 한 개 있다. 책 중앙 위쪽에 올리브나무 가지가 잎사귀 여러 장과 올리브 두 개가 달린 채로 놓여 있다. 책 왼쪽 하단에 까만색 연필이 두 개 사선으로 걸쳐 있다. 책 표지는 세로로 아주 긴 빨간색 네모 오른쪽에 세 개의 네모를 붙인 듯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세 개의 네모는 위에서부터 진한 녹색 직사각형과 가로로 긴 짧은 직사각형, 흰색 정사각형이다. 진한 녹색 직사각형 위에 양쪽을 모두 깎은 노란 연필이 있고, 흰색 정사각형 위에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정혜윤」'아무튼 메모' 028이 쓰여 있다.




아무튼, 메모 / 정혜윤 / 위고 / 2020



"메모는 재료다. 메모는 준비다. 삶을 위한 예열 과정이다. 언젠가는 그중 가장 좋은 것은 삶으로 부화해야 한다."

(p.67)



나에게도 메모는 재료이자 준비다. 주로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에 남긴다. 이전에 읽었던 책이나 신문 기사, 내 경험과 연결되는 부분을 적어둔다. 그 순간에 써놓지 않으면, 회사와 집을 오가며 일하다 까맣게 잊어버린다. 메모를 보고 책 내용을 곱씹고 서평을 쓰면서,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나의 경험을 조금씩 넓히려고 노력한다.



『아무튼, 메모』의 저자 정혜윤 PD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온 힘을 다하여 이루고 싶은 일이 생기면 메모를 한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꿈이 적힌 생일 달력과 여러 동물보호의 날이 빼곡히 적힌 달력을 보며,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꿈'(p.85)을 메모에 키워간다. 이 책의 2부에는 인터뷰이로 참여했던 『말하는 몸』(박선영·유지영, 문학동네, 2021)에 관련된 메모와 라디오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던 조선인 전범에 관한 메모도 들어 있다. 



"꿈은 '아니면 말고'의 세계가 아니다. 꼭 해야 할 일의 세계다. 꿈은 수많은 이유가 모여 그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일, 포기하면 내가 아닌 것 같은 그런 일이다. 진짜 꿈이 있는 사람들은 꿈 때문에 많은 것을 참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용감하게 선택하고 대가를 치른다."

(p.86)



나의 꿈은 모든 사람이 차별 없는 세상에서 그 자체로 존중받으며 사는 거다. 그런데 현실은 정말 지옥 같다. 요즘 손가락 모양과 군대 문제를 중심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가 날이 갈수록 심하다. 지난 1월에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이 예외도 많고 처벌도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 동안, 지난 4월 22일에 고 이 선호 씨가 평택항에서 작업 중 세상을 떠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차별금지법이 없다. 



그때 정혜윤 PD가 자신의 주문을 알려주었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 지옥 같지 않은 이야기를 찾아내라'(p.69) 그는 이 문장만 생각하면 없던 힘도 생기고 정신이 바짝 든다고 말한다. '꿈꾸는 것이 오히려 잘못이고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 영리한 것으로 간주되는 사회는 '억압적'일 뿐만 아니라 미래가 없다.'(p.88)고도 덧붙인다. 



그래서 나는 계속 꿈을 꾸기로 했다. 차별과 혐오가 눈에 보일 때, 질끈 눈을 감고 지나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10만 인 서명에 동참했고, 여성과 장애인과 성소수자 등 사회에서 잘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서 경청하고 배운다. 그래, 나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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