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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Jun 22. 2022

축구는 누구의 스포츠인가

클로에 바리의 《휘슬이 울리면》을 읽고


(대체 텍스트) 물결치는 듯한 천 위에 책이 놓여 있고, 책 우측 상단에 작은 나무 도마가 책과 대각선 방향으로 놓여 있다. 도마 위, 책 오른쪽에 각각 솔방울이 두 개 있다. 책 표지는 하늘색이고, 주인공 바바라가 상대팀 남자 축구 선수를 제치고 앞으로 공을 차고 나아가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책 표지 상단 우측에 '클로에 바리 지음. 이민경 옮김.'이 있고, 책 표지 하단에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소녀들. 휘슬이 울리면'이 적혀 있다.




휘슬이 울리면 / 클로에 바리 / 우리학교 / 2021



“사람들은 여자들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 가끔은 나한테도 불알이 달렸으면 훨씬 더 간단하고 쉬웠겠다 싶기도 해.”(p.60)

- 바바라


몇 달 전, 친한 여자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입사 8년이 넘었다. 내 앞에 앉은 A가 말했다.

"이제 입사 10년이 다 되어 가니까 좀 부담이 되는거야. 어딜 가도 일을 잘해야 될 것 같고."

A 옆에 앉아있던 B도 맞장구를 쳤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우리가 연차가 있는데 어버버하는 거 싫잖아."

그리고 A와 B는 어떻게 하면 더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나름의 노하우를 진지하게 공유하기 시작했다. 나는 업무 이야기에 너무나 진심인 이 두 명의 여성을 보면서, 약간 가슴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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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에 바리의 『휘슬이 울리면』은 주인공 바바라가 주장으로 뛰는 여자 청소년 축구선수팀을 보여 준다. 팀 'FC 로시니 로즈'는 남자 청소년 축구선수들과 같은 클럽에 속해 있다. 그러나 클럽의 예산이 삭감되면서, 구단주는 여자팀에게 챔피언십 출전권을 주지 않기로 정한다. 


"그 애들에게 걸어야 해. 우리 클럽의 미래잖니."(p.67)

"여자팀이 희생한다는 건 알지만 이 모든게 우리 클럽을 위한 거야."(p.68)


바바라는 구단의 결정에 분노하고 거칠게 항의한다. 구단도, 바바라의 엄마도, 애인도, 바바라의 축구에 대한 꿈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바바라에게는 함께 뛰어온 동료들이 있다. 이들은 스폰서를 얻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하고, 남자팀과의 경기를 준비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이 책은 여자는 '가냘프게' 또는 '굴곡지게', 남자는 '건장하게'라는 이분법으로 인물을 표현하지 않는다. 또한 로시니 로즈팀이  끝내주게 멋지게 공을 다루는 장면들이 책 후반부에 연속으로 등장한다.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바바라 경기장면은 정말 멋지다. 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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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와 동료들의 열정을 보면서, 나는 나의 회사 동료들을 떠올렸다. 그들도 여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을 한다.   세상에는 화장품이나 다이어트 같이 '모든 여성이 관심 있을거라 세상이 가정하는' 주제 이외에도 본인의 업무와 커리어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여자들이 정말 많다. 


로시니 로즈팀은 남자팀을 가볍게 제압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 이 책은 픽션이겠지만, 현실에서도 능력이 뛰어난데 여자라는 이유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는 간간히 어떤 강연이나 포럼의 연사가 모두 남자로 채워져 있을 때 의문이 든다. 정말 저 분야에서 강의할 수 있는 연사가 남자밖에 없었나?



바바라와 동료들은 외친다.

"축구가 누구의 스포츠인지 우리가 보여주자!" (P.96)

축구는 누구의 스포츠인가? 누가 여자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가? 여자들은 이미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는 능력 있고 책임감 있는 여자들을 아주 많이 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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