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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May 20. 2023

너희는 우리가 씨앗이었다는 것을 잊었지!

더 케어 컬렉티브의 《돌봄선언》을 읽고

#돌봄선언 #더케어컬렉티브



돌봄은 가정에서 (주로) 여성의 손에 맡겨지든, 등 하원 도우미를 고용하든, 어린이집이나 요양원 같은 돌봄 기관이 수행하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개인적인 참여, 정서적 연결, 헌신, 공감 또는 관심을 기울이는 노동의 가치는 금전적으로 정도를 측정하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시장은 '금전적인 보수가 지급되는 계약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인정하지 않고 인정할 수도 없다.'(p.139)



누구나 아기 때는 돌봄을 받았고, 성인이 되면 스스로와 서로를 돌보며 (물론 이것조차 스스로 하지 않고 여성의 손을 빌리는 사람도 많다), 노인이 되면 다시 돌봄을 받게 된다. 우리가 한순간도 돌봄에서 벗어나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때문에 돌봄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뿐 아니라, 지역 모임, 정부, 전 세계적으로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개인에게 맡겨서는 빈부 격차 등 환경적 요인 때문에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전체적인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나 돌봄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상상해야 한다. '공유지를 구축하고 발전시키고 생산과 소비의 영역을 집단화하는 것이 돌봄 역량을 지닌 생태사회주의 경제를 창조하는 열쇠다. 이는 협동조합과 인소싱부터 핵심 서비스의 국유화에 이르기까지 탈물신화, 재규제, 시장의 지역화 그리고 더욱 민주적이고 사회화되고 평등한 소유의 형식을 도모한다.'(p.156) 



'돌봄의 관계를 맺는 데 대상을 구별 또는 차별하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돌보며 그 관계를 무한히 증식해야 한다는 의미'가 어떻게 가능할지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지는 못했지만, 나 그리고 우리가 '씨앗'임을 잊지 말고 꾸준히 공부하고 고민해 볼 테다. '무엇보다도 돌봄을 우선시하는 것은 우리에게 모든 생명체를 소중히 여기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데서 오는 안도감을'(p.127) 주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연대경제 활동가들이 자주 인용한다는 디노스 크리스티아노풀로스의 1978년작 시구절을 재인용 해본다. 아무리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더라도 세상의 변화를 위해 힘쓰는 개인들이 의미 있다는 걸 일깨우는 멋진 내용이다. 귀여우면서도 아주 단단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문장이다. "너희는 우리를 묻어버리려고 했지 / 그러나 너희는 우리가 씨앗이었다는 것을 잊었지!"(p.152) 



#니케북스 #북스타그램 #서평 #대체텍스트 #페미니즘 #돌봄

(대체 텍스트, 사진 설명) 주름진 흰 천 위에 책이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놓여 있다. 책 왼쪽 위에는 가지에 붙어 있는 노란 꽃 다섯 송이가 드리워져 있다. 책 표지는 회색이고, 책등쪽은 얇은 직사각형으로 검게 색칠되어 있다. 책 표지 좌측에는 'THE CARE MANIFESTO'가 세로 노란 글자로 쓰여 있고, 우측에는 '돌봄선언'이 세로 검은 글자로 쓰여 있다. 책 표지 우측 하단에는 '상호의존의 정치학'이 있고, 그 아래 작은 글자로 '더 케어 컬렉티브 지음' '정소영 옮김', 출판사 로고인 니케북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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