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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May 20. 2023

저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세요?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불편한편의점 #김호연



1, 2권 합쳐 누적 판매량 100만 부를 넘겼다는 베스트셀러 《불편한 편의점》. 1권의 주인공은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던 독고라는 중년 남자다. 독고는 어느 날 70대 여성이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준다. 그렇게 인연이 이어져 여성이 운영하는 편의점에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이야기는 독고가 편의점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소설의 배경 ALWAYS 편의점은 동네 사람들에게 '불편한 편의점'이라고 불린다. 이벤트도 적고 진열해놓은 물건의 종류도 적기 때문이다. 독고 또한 민첩하게 계산하고 물건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노숙할 때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알코올성 치매 때문에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말도 더듬고 곰처럼 큰 덩치에 행동도 느리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그의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그를 '불편해' 한다. 독고가 자신들에게 충분히 서비스나 필요한 노동을 제공해 주지 못할 것 같아서다. 



*

하지만 의외로 독고는 일을 꽤 잘하고, 사람들의 마음도 토닥여준다. 학원과 편의점을 오가며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 회사에서는 놀림감이 되고 가정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남성 가장, 이혼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노인까지. 독고가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주면 사람들은 표정이 부드럽게 풀어진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다시 기운 내어 살아갈 힘을 얻는다. '불편한 편의점'은 이들에게 오히려 가장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이다. 



기혼 남성의 주된 역할을 '돈 벌기'에만 묶어 놓은 것은 아쉬웠다. [경만] '돈도 많이 못 벌어다 줘 대접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곽] '돈을 벌어오지 못하자 가장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라고 나온다. 동시에 경만의 배우자에게도 마음이 머물렀다. '가정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안정감, 내 편이라는 동질감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경만은 말한다. 그의 배우자는 가사, 육아와 부업을 하느라 집에서 내내 일했을 거다. 문득 그녀는 가정에서 따뜻함이나 안정감을 느껴본 적이 있었을지 궁금했다.



*

이제는 아무리 월급을 모아도 서울에 있는 집은 구매할 수 없다. 아니, 그전에 취직부터 너무 힘들다. 대학 가면 고등학교 때 힘들었던 공부가 끝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경쟁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무한히 경쟁해야 하는 굴레 위에 놓여 있고, 나날이 인심은 더 각박해진다. 그런데 대가 없이도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이 책에 나온다.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저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세요?" 



도움 준 사람 중 하나인 희수는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값을 치르지 않고 호의 만으로 도움받는 게 어색해져 버린 세상에서도, 누군가는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친절을 베푸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 많은 독자들도 그런 다정한 마음을 기억하고 싶어서 이 책을 좋아했던 게 아닐까. 자신에게도 불편한 편의점이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나무옆의자 #북스타그램 #서평 #대체텍스트


(대체 텍스트, 이미지 설명) 활짝 핀 벚꽃 앞에 핸드폰이 있다. 핸드폰에 책 표지가 띄워져 있다. 책표지 상단 중앙에 커다랗게 '불편한 편의점', 그 아래 작게 '김호연 장편소설'이 쓰여 있다. 그 아래 그림에는 파란 하늘 아래 ALWAYS 편의점 건물이 있다. 편의점 앞에 야외 테이블이 놓여 있다. 그 아래 띠지에는 '전 세대를 사로잡은 위로와 감동. 100만 독자가 선택한 우리 시대의 이야기'가 있다. 이미지 좌측 하단에는 '글로 나는 나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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