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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May 21. 2023

시어머니와의 일주일

 윤희정·옥한나의 <친정엄마 요리백과>를 읽고

#친정엄마요리백과 #윤희정 #옥한나


지난 1주일 간 시어머니가 우리 집에 계셨다. 중간에 남편이 시어머니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콘도 갔던 2박 3일을 빼면, 대략 5박 6일 정도였다. 시어머니는 손이 크다. 한 번에 국도 커다란 냄비 가득, 반찬도 큼지막한 볼에 꽉 찰 만큼씩 만들었다. 그러다 작년 초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제 그녀가 요리를 해도 같이 먹을 사람이 없다. 시어머니는 음식을 예전처럼 하지 않고 햇반을 자주 산다. 1인 가구가 음식을 해먹기에는 당근도, 양파도 쉬이 곰팡이가 슬고 물러버리니까. 그녀가 혼자 앉아서 밥을 먹는 풍경을 떠올리다가, 나는 우리 집에 왔을 때만이라도 왠지 그녀가 부족함 없이 잘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친정엄마 요리백과》는 파워블로거 ‘요리천사’ 윤희정 님과 인스타그래머 ‘라임맘’ 옥한나 님 모녀가 함께 써 내려간 레시피 214개를 담은 요리책이다. 국, 찌개, 탕&전골, 찜, 조림, 볶음, 나물&무침, 김치&겉절이, 냉채&샐러드, 전, 구이, 솥밥, 죽, 국수로 종류를 나누어 놓았다. 주로 만드는 한식 요리의 대부분이 담겨 있다. 요리마다 재료 손질이나 만드는 과정에서 주의할 점이 적혀 있어 좋았다. 조림간장을 섞는 비율, 멸치 다시마 육수 만드는 법 등이 나와 있는 '양념과 육수' 부분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는 네이버 '요리천사'블로그에서 레시피를 찾다가, 일일이 핸드폰으로 찾기 번거로워서 책을 샀다.



시어머니가 오시기 전 주말에 밑반찬을 만들었고, 멸치 다시마 육수를 내어 놓았다. 당 조절을 해야 하는 그녀를 위해 잡곡밥을 지었고 작은 통에 소분해서 얼렸다. 퇴근하고 저녁에 그다음 날 먹을 국과 메인 반찬을 준비했다. 주말에는 그나마 아침에 여유가 있어서, 국과 메인 반찬에 간단한 반찬을 한 가지 정도 더 만들었다. 다듬고, 썰고, 데치고, 볶고, 조리고, 끓이는 일로 가득 찼던 일주일이었다. 요리책 레시피에서 간장과 설탕을 조금씩만 덜 넣으면, 식구들의 입에 잘 맞았다. 남편과 시어머니는 고마워했고 내내 맛있게 먹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사랑을 표현하는데 서툰 경우가 많다. 특히 시어머니는 자기 아들에게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녀는 계속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방법으로 자신의 애정을 표현한다. 나는 시어머니의 표현 방식으로 그녀에게 나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에게는 어쩌면 '사랑한다'라는 말보다, 따끈한 밥과 국, 반찬이 더 기억에 오래 남을 지도 모른다. 힘들지 않았다면 분명 거짓말이다. 피곤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오늘 아침 메뉴는 보글보글 봄동 된장국, 짭짜름한 돼지 등갈비 조림, 매콤한 황태채무침, 도톰하고 고소한 톳 두부 무침이었다. 나의 정성도 무침과 조림에 한 스푼, 국에도 한 스푼 아낌없이 듬뿍 넣었다.



#중앙북스 #요리책 #북스타그램 #서평 #레시피 #요리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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