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창익 Aug 02. 2024

'힐빌리의 노래' JD밴스는 누구?

[작정하고 트럼프] 피터 틸이 미래가치에 배팅.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7월 15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소재 실내 경기장 ‘파이브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초선인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을 지명했습니다.      

밴스는 1984년 러스트벨트 지역은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났습니다. 흙수저의 대명사인 밴스는 불우한 가정환경을 딛고 변호사, 벤처캐피털 기업인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이 됐고, 지금은 미국의 부통령 후보가 된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한때 공화당 내 반트럼프 인사로 분루됐던 밴스를 트럼프가 러닝 메이트로 지명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트럼프의 재선 전략을 담은 아젠다47에는 오는 11월5일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트럼프가 임기중 하고자 하는 일들이 상세히 담겨있습니다. ‘세계화로 몰락한 미국 기독교 백인 중산층’이 다시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밴스는 ‘세계화로 몰락한 미국 기독교 백인 중산층’의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완곡하게 중산층으로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최하층민입니다. 밴스는 트럼피즘에 열광하는 러스트벨트 하층민의 표상인 셈입니다.      

밴스가 2016년 출간한 ‘힐빌리의 노래’는 러스트 벨트 하층민 태어나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성공 가도에 오르기까지 본인의 삶을 다른 자서전입니다. 러스트벨트 하층민을 가장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평가받습니다.

      

힐빌리는 두메산골 촌뜨기 정도로 풀이됩니다. 미국인들이 동부 아팔란치아 산맥 하층민들을 부를 때 쓰는 표현입니다. 같은 뜻의 표현으로 ‘화이트 트래시’ ‘레드 넥’이 있습니다. 백인 쓰레기, 붉은 목이란 뜻입니다. 보수적 백인 하층 노동자들의 목이 햇빛에 그을려 붉어진 것을 비꼰 말입니다.      


힐빌리의 노래는 밴스의 가족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외할아버지와 할머니, 밴스는 두 분을 할보와 할모라고 부릅니다. 만성 마약중독자인 엄마, 그리고 할모와 함께 밴스의 현재에 가장 큰 지원자 역할을 해준 이복 누나가 그들입니다.     


3대에 걸친 힐빌리 밴스 가족의 삶은 미국 기독교 백인 중산층의 몰락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할모와 할보는 스코틀랜드계 백인 이주민 혈통입니다. 억척스럽고 정부를 불신하며 가족의 명예를 중시합니다. 가족에게 위협을 가하면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명예라고 생각합니다.      


할보는 1929년생입니다. 세계 대공황 시기에 태어나 1차대전과 2차대선을 거쳐 미국의 세계의 중심이 되던 시기에 청춘을 보냅니다. 켄터키에서 태어난 할보는 오하이오 미들타운에 와서 정착합니다. 철강회사 암코(Armco) 노동자로 취직하면서입니다. 미국은 2차대전후 제조업으로 전례없는 호황을 누립니다. 유럽이 포탄에 망가지고 탱크에 짓밟힌 반면 미국의 공장은 망가지지 않았고, 유럽에 무기를 팔아 돈이 넘쳐났습니다. 이 무렵 가장 호황을 누린 산업이 철강입니다. 5대호 연안 포드 GM 크라이슬러에 자동차 강판을 팔아 돈을 긁어 모으던 시절입니다. 암코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할보는 고향에 남은 친구들에 비해 풍족한 삶을 살았습니다. 16살 때 임신하면서 할보와 결혼한 할모는 1961년 밴스의 엄마를 낳습니다. 이 때까지만해도 밴스 가족의 삶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이주민 후손의 삶이었습니다.      


70년대 중반 이후 쇠락의 기미를 보였던 미국 제조업이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날개없는 추락을 합니다. 신자유주의 물결로 자유무역이 세계화를 가속화시키면서 포드 토러스나 GM 쉐보레 픽업트럭보다 값싸고 고장도 안나는 혼다 어코드와 도요타 트럭이 캘리포니아를 접수하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동부까지 진격하더니 급기야 아팔란치아 산맥을 넘어왔습니다. 고성능 BMW와 벤츠도 아파란치아 산맥을 질주하게 됩니다.      

1899년 설립된 암코는 아메리칸 롤링 밀 컴퍼니의 약자입니다. 당시로서는 신기술로 주목받앗던 미국을 대표하는 철강회사였습니다. 100년 후 1989년 암코는 일본 가와사키스틸에 인수당하면서 AK스틸이 되고, 2019년 클리블랜드클리프에 다시 인수를 당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밴스의 표현대로 일자리와 함께 희망도 사라집니다.      


할보가 일자리를 잃고 집안이 몰락하는 가운데 엄마는 혼전 임신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합니다. 전교 2등까지 했던 수재였습니다. 혼전임신만 아니었더라도 아이비리그에 진학해 좋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후 전문대를 나와 간호사가 되지만 결국 만성 헤로인 중독자로 병원과 보호시설을 전전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밴스는 1984년생입니다. 세계화가 정점에 이르러 소니 워크맨과 혼다 어코드와 BMW가 미국의 거리를 뒤덮습니다.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달러의 패권이 위협을 받는 수준이 됩니다. 1985년은 프라자합의가 있던 해입니다. 미국 재무장관이 독일과 일본 등 주요 무역상대국 재무장관을 불러 강제적 환율조정을 한 합의입니다. 그만큼 미국이 세계화로 인해 절박한 상황이 됐다는 뜻입니다. 플라자호텔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88년 4억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지금 보면 인연이란 게 참 묘하기도 합니다.      


밴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던 해인 1999년은 유로화가 출범한 해입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달러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을 때 유로화는 독일과 프랑스의 경제력을 등에 업고 신뢰도가 급상승합니다.      


2001년 9.11 테러로 미국 본토가 침공을 당하면서 기독교 백인 중산층은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자존심에도 금이 갑니다. 밴스는 20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에 입대합니다. 이해 3월20일 이라크 전쟁이 나고 밴스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합니다. 이라크 전쟁은 유로화와 달러간의 화폐전쟁입니다. 세계화로 신뢰도가 추락한 달러가 이라크를 침공함으로써 석윳값을 끌어올려 독일과 프랑스 경제를 휘청거리게 해 결국 유로화를 타격한 화폐전쟁입니다. 밴스는 달러를 수호하기 위한 화폐전쟁에 참여한 셈입니다. 그 근본 원인은 결국 세계화였고 할아버지의 일자리를 빼앗고 엄마를 마약중독자로 만든 세계화가 밴스를 전쟁터로 보낸 것입니다. 세계화로 인해 미국의 젊은이들은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시리아 전쟁 등에 참전하면서 피를 흘리게 됩니다. 자유무역은 미국의 막대한 군비와 젊은이들의 피로 쌓아올린 성입니다.      


흙수저 밴스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공부였습니다. 밴스는 성공을 위해 결단을 하게 됩니다. 그 것은 마약 중독자인 엄마와의 단절입니다. 엄마를 떠나 할모와 함께 살면서 밴스는 성취의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성공을 꿈꾸게 됩니다. 성공을 꿈꾸는 게 자신의 선택이란 것을 할모에게서 배웁니다.      


명문 예일대 로스쿨 진학은 밴스의 인생을 180도 바꿉니다. 힐빌리들의 가장 큰 문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아니라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입니다. 예일대는 밴스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선택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셀럽들을 캠퍼스에서 마주하는 게 일상이고, 막대한 사회적 인프라, 즉 인맥들이 넘쳐났습니다. 좋은 대학교육이 힐빌리에겐 신분상승의 사다리였고, 유일한 탈출구였습니다.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는 건 미국, 정확히는 기독교 백인 하층민이 다시 위대해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셈입니다.      


예비군 복지혜택으로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정치학과 철학을 공부한 뒤 예일대 로스쿨을 2013년 졸업합니다. 주립대 재학시설 공화당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로스쿨 졸업후엔 법조인으로서 활동하다 2016년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면서 피터틸의 미스럴캐피털에서 벤처투자자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됩니다.      

예일대 재학시절 교수의 권유로 힐빌리의 노래 집필을 시작해 2016년 출간합니다. 2016년 대선에서는 공화당원으로서 활동하면서도 트럼프의 정책 기조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트럼프를 미국의 히틀러, 바보, 문화적 헤로인이라고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 힐빌리의 노래가 트럼피즘을 가장 잘 설명하는 책으로 평가를 받고, 영화화도 됩니다.      


2017년 오하이오로 이주하면서 아워 오하이오 리뉴얼이란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해 운영합니다. 주립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밴스는 오래전부터 정계진출을 염두해 두고 스팩을 쌓아온 것 같습니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에 도전하려다 중도 포기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트럼프에 대한 그의 생각도 전환점을 맞습니다. 트럼프를 러스트 벨트 하층민의 상황을 이해하는 몇 안되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합니다.      


2019년 직장상사였던 피터틸 등의 도움으로 본인의 벤처캐피탈을 설립합니다. 2022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피터틸은 100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지원합니다. 그리고 2002년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를 만나 2016년 당시 일을 사과합니다. 이 당시에도 피터틸이 동행했습니다. 트럼프가 화를 풀면서 공천을 받게 도고 2022년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에 당선이 됩니다. 이후 2년만인 지난 7월15일 트럼프는 그를 부통령 후보에 지명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피터틸의 역할이 매우 컸던 것으로 뉴욕타임즈 등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밴스는 트펌프 대통령 선거모금을 위한 만찬을 마련했습니다. 피터틸 등 페이팔 마피아를 비롯해 벤처투자자와 암호화폐 관련 경영자 20여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밴스를 추천했다고 합니다. 밴스와 틸의 인연은 밴스가 예일대 재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법대생들에게 실리콘밸리에서에 미래를 걸어보라는 틸의 강연을 듣고 밴스는 자극을 받았다고 합니다.      


트럼프는 선거자금이 필요했고, 벤처투자사들은 매그니피선트7에 대한 규제정책이 필요했습니다. 거대IT 공룡들을 규제해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기회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밴스를 러닝메이트로 지목한 건 트럼프의 선거전략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밴스가 러스트벨트 지역인 오하이오 빈민층 출신이란 점을 고려할 때 인접한 주요 격전지역인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에서의 승리에 필수적인 백인 노동층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습니다. 또 밴스 후보의 아내 우샤 밴스가 인도계 이민자란 점을 고려할 때  소수계 유권자들의 표시을 잡는 데도 유리합니다. 또한 젊은 나이로 인해 트럼프의 고령 리스크 비판을 방어해낼 수 있으며 빈곤층 출신의 자수성가형 인물이라는 점에서 백인 표심을 결집시키기 용이합니다.      


하지만 밴스 후보가 반트럼프에서 친트럼프로 180도 전향한 점, 상원의원이 된 지 2년도 안 된 신인인데도 벌써 부통령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맡게 된 점, 그리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외교적 매파 성향이라는 점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7월 17일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서 자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정치를 해서 나라를 망친 사람이라고 조 바이든을 직격했습니다. 자신의 생애와 바이든의 정치행적을 일일이 비교하며 바이든을 비판했습니다.      


과거의 발언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리스에게 자녀가 없는 캣 레이디로 국가의 미래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여성들로부터 강한 공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낙태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민주당을 지원하는 조지 소로스가 헬기로 흑인 여성들을 태워 캘리포니아로 가 낙태수술을 받게 할 수도 있다고 말해 흑인 비하 발언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예일대 재학시절 밴스가 피터틸을 만나면서 결정적으로 운명이 바뀌게 됩니다. 피터틸은 벤처투자자로 한 인물의 미래가치를 보는 안목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피터틸은 자유주의자이면서 공화당 지지자입니다. 힐빌리의 표상으로서 밴스가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의 가치를 알아본 게 피터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밴스를 징검다리로 트럼프와의 관계를 만드는 게 자신의 비즈니스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을 것입니다.      

피터틸은 독일계 미국인으로 67년생입니다. 독일서 12살까지 지내고 미국으로 이주합니다. 서부 명문 스탠포드에서 철학과 법학을 전공합니다. 전공 이력이 밴스와 유사합니다. 법을 전공하고 법조인이 아니라 벤처 사업가로 투자가로 성공한 사람입니다. 밴스가 예일대 재학시절은 2011년 에일대 강연에서 밴스와 첫 인연을 맺습니다. 여기서 틸은 로스쿨 학생들이 법조인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등 실리콘밸리에서의 삶을 꿈꿀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당시 틸이 연설에 자극 받은 밴스가 2016년 틸의 VC에 합류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세계화의 종말...못박은 트럼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