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비트코인 가격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관세정책은 시장금리를 떨어뜨려 시중 유동성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년 3월 4일(현지 시각)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기존 10% 관세에 추가로 10%를 더해 총 20%의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 부과로 인한 무역 전쟁 우려로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55% 하락한 42,520.99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22% 하락한 5,778.15를, 나스닥 종합지수는 0.35% 하락한 18,285.16을 기록했다.
유럽 주요 증시도 큰 폭의 하락을 보였으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나타내는 변동성 지수(VIX)는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형 소매업체인 타겟(Target)과 베스트 바이(Best Buy)는 관세로 인한 소비자 가격 상승 우려로 주가가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4.20%로 전날 4.15%보다 소폭 상승했다.
트럼프는 자산 시장의 붕괴 위험을 무릅쓰고 왜 관세정책을 밀어부치는 것일까.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월가는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지만, 우리는 중소기업과 소비자에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 베센트 장관은 "중기적으로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메인 스트리트(실물경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이번 달과 다음 달에 관세가 부과되면서 전환 기간이 있지만 시장 매도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부과를 두고 "중국 제조업체가 관세를 감당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와 멕시코는 전환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혼다가 인디애나로 (시빅 차세대 모델 생산을) 이전하는 것은 좋은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베센트가 트럼프 2기 정책의 초점이라고 말한 실물경제는 시장금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매그니피센트 7과 같은 대기업은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일반 시민은 은행대출이 자금조달의 유일한 방법이다. 시장금리가 낮아야 중소기업과 일반이 대출을 받아 사업을 하고 집을 사며, 차를 산다.
트럼프는 시장금리를 낮추는 타깃으로 10년 만기 국채를 잡았다. Fed는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명분으로 트럼프가 원하는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시장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기준 금리다. 투자자들은 무위험 금리로 불리는 10년물 국채 금리와 비교해 회사채, 주택담보대출, 대출 금리 등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할지를 결정한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10년물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Fed의 금리 인하 시기가 눚춰질 것이란 우려와 재정지출을 위한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서다. 실제 10년물 국채 금리는 2023년 10월 19일에 4.98%를 기록했다. 또, 2024년 5월 29일에는 4.640%까지 상승한 사례도 있다.
베센트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 트럼프 2기 금리정책은 10년물 국채금리 인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그는 트럼프가 Fed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0년물 국채 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시장 불확실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 경기둔화 우려로 안전자산인 미국 장기국채에 수요가 몰려 국채 가격이 오른다. 이는 국채 금리 하락을 의미한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된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을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덮어버리는 전략이다.
2025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 규모가 3조 달러를 넘는 것도 트럼프가 10년물 장기국채 금리를 낮추려는 이유다. 바이든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새 국채로 차환해야 하는 데 금리가 높으면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2025년 차환해야할 국채는 대부분 바이든이 단기로 발행한 국채다.
트럼프의 전략은 효과를 발위하고 있다. 2025년 초 7%대까지 치솟았던 30년 만기 모기지금리가 트럼프 취임 이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추이를 보면 나스닥과 다시 동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아직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위험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시장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화량(M2)는 트럼프 취임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1월 M2는 21조 5600억 달러로 전달보다 300억 달러 증가했다. 통계에 따르면 M2는 대략 10주의 시차로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