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정의의 천사가 아니다. 그 것은 다른 악마다.
-비트코인은 화폐 혁명이다. 인플레이션 화폐인 달러라는 악마를 몰아내기 위한 혁명이다. 모든 혁명의 결과는 평등이 아니다. 소외됐던 엘리트에게 유리한 불평등이다. 혁명은 다른 악마다. 기존 악마에서 새로운 악마로 부의 집중이 이동하는 것 뿐이다. 투자에서 일반이 돈을 버는 건 부가 이동하는 찰나의 순간 뿐이다.
1️⃣ “혁명은 또 다른 악마다”에 공감하는 사상가들의 관점 정리
수많은 사상가들이 혁명의 순수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을 통해, 권력을 쥔 새로운 계층이 기존 권력보다 더 교묘하게 억압을 행사할 수 있음을 비판했다. 한나 아렌트는 혁명이 자유를 약속하지만 대체로 권력의 집중과 폭력적 실패로 끝난다고 지적했고, 미셸 푸코는 ‘권력’이 단지 억압이 아닌 새로운 규율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혁명조차 지배 장치로 작동한다고 봤다.
카를 포퍼는 유토피아적 혁명이 결국 폭력과 독재로 귀결된다고 경고했으며, 프랑스 혁명을 비판한 에드먼드 버크는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급진적 시도가 오히려 더 위협적인 권력의 등장을 촉진한다고 보았다. 요컨대, 이들은 혁명이 본질적으로 정의를 실현하기보다는 또 다른 권력의 형태로 치환된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2️⃣ 역사 속 ‘다른 악마’로 바뀐 혁명 사례들
역사적으로도 혁명은 이상과는 달리 또 다른 권력자—또 다른 악마—를 등장시켰다. 프랑스 혁명은 귀족을 몰아낸 후 자코뱅당과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로 이어졌고, 러시아 혁명은 차르 체제를 무너뜨린 뒤 볼셰비키 독재, 그리고 스탈린의 숙청 체제로 전락했다. 이란에서는 서방의 꼭두각시라던 팔레비 왕조가 무너진 후 호메이니가 이끄는 종교 독재 체제가 들어섰다.
중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혁명은 국민을 위한 것이었지만,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은 내부 숙청과 광기 어린 캠페인으로 수천만의 희생자를 낳았다. 쿠바, 미얀마 등 수많은 사례에서 혁명은 단순한 지배자 교체에 불과했고, 억압은 형태만 바꾸어 다시 등장했다.
3️⃣ 비트코인 ‘화폐 혁명’의 또 다른 악마는 누구인가?
비트코인은 중앙정부와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반항으로 등장했다. 그것은 ‘탈중앙화’와 ‘자유’를 상징하며, 새로운 화폐 질서를 약속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비트코인 생태계 내부에도 새로운 권력과 불평등이 등장하고 있다.
초기 채굴자들과 대형 보유자들, 이른바 ‘크립토 고래’들은 시장 가격을 좌우할 만큼의 영향력을 가지며, 많은 거래소는 사용자 정보와 거래 흐름을 통제하는 중앙화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NFT, 밈코인과 같은 투기적 자산이 ‘혁명’의 언어를 도구로 활용하며 혼란을 조장하고, 거대 VC와 금융자본은 이미 ‘웹3’ 생태계를 장악해가고 있다.
결국, 비트코인의 화폐 혁명조차도 권력의 재편이며, 진정한 해방이 아니라 또 다른 통제 구조를 낳을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 혁명은 기존의 악마(정부와 월가)를 몰아낸 자리에, 더 은밀하고 기술적인 악마를 앉히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