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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전기의 달러가 되는 경로 예측 모형.

by 김창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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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트코인, 전기의 달러가 되는 날: 에너지, 희소성, 그리고 디지털 기축통화"

1. 들어가며: 페트로달러에서 일렉트로비트로

20세기 세계 경제를 지배한 것은 페트로달러였다. 석유를 사고팔기 위해선 달러가 필요했고, 그 덕에 미국은 세계 통화의 왕좌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 석유보다 귀중한 자원은 전기다. AI, 클라우드, 전기차, 데이터센터… 이 모든 미래 산업은 전기를 기반으로 한다. 그렇다면 이 전기를 사고팔기 위해 필요한 '통화'는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일렉트로비트(Electrobit) 체제"의 초입에 서 있다. 그 중심에 비트코인이 있다.

2. 논리 구조: 비트코인 = 전기의 디지털 전환

비트코인은 단순한 가상화폐가 아니다. 그것은 전기를 연산으로 전환한 증거물이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선 고성능 컴퓨터와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 이 전기는 그냥 소모되는 게 아니라, 연산을 통해 블록체인에 기록되며 비트코인이라는 디지털 자산으로 '봉인'된다. 마치 물리적으로는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전기를 저장하는 것처럼, 비트코인은 전기의 소비 사실을 디지털 자산으로 저장한다. 이 구조는 전기와 비트코인을 논리적으로 연결시킨다.

3. 경제적 뒷받침: 희소성, 비용 이론, 가치 저장

경제학에서 '가치'는 어디서 오는가? 고전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는 "가치는 투입된 노동에서 온다"고 했다. 비트코인을 만드는 데는 연산 노동과 전기라는 실물 자원이 들어간다. 즉, 비트코인은 **노동가치설(Labor Theory of Value)**을 디지털에서 구현한 희귀 자산이다. 또한 현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는 희소할 때 가치 있다"는 주장에 비춰보면, 총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된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에 내성이 강하다. 전기처럼 실제 자원을 기반으로 한 비용이 들어가야만 생산되기에, 희소성과 비용의 쌍둥이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4. 철학적 기반: 소비되는 에너지의 '의미'

프랑스 철학자 조르주 바타유는 에너지 소비를 문명의 본질로 보았다. "잉여 에너지를 어디에 쓰는가가 문명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그의 주장은, 우리가 비트코인을 위해 전기를 '태우는' 행위를 단순 낭비가 아닌 의식적 가치 창출로 해석하게 한다. 이는 마치 금을 캐기 위해 산을 뒤엎는 고대의 노동처럼, 에너지를 소비해 가치를 생산하는 행위다. 이 개념은 비트코인을 기술이 아닌 철학적 자산으로도 바라보게 만든다.

5. 전기의 달러가 되기 위한 조건

비트코인이 진짜로 전기의 달러가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전기 거래의 디지털화: 스마트그리드, P2P 전력 거래 등에서 비트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채택되어야 한다.


정치적 수용성: 각국 정부, 특히 미국이 이를 제도권에 편입하거나 최소한 우호적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


가격 안정성: 기축통화는 가치가 안정되어야 하므로,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낮아져야 한다.


기술 인프라: 라이트닝 네트워크 등 빠른 결제를 위한 기술적 기반이 확대되어야 한다.


AI 빅테크들의 에너지 생태계 진입: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이미 자체 전력 생산(태양광, 소형원전) 및 소비, 저장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이들이 전기 생산-소비-결제의 전 주기를 통제하게 되면, 내부 생태계에서 비트코인을 전력 결제 수단으로 유틸리티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는 비트코인이 전기의 달러가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6. 결론: 새로운 기축통화 프레임의 탄생

비트코인이 전기의 달러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단지 기술적·경제적 조건만이 아니라, 패권국의 전략적 선택이 결정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 최근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Strategic Reserve Asset)으로 인정하고, 일부 연방기관과 주정부들이 이를 보유하거나 법정화폐에 준하는 세제지위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은 역사적으로 중대한 전환점이다. 이는 금본위제 이후 처음으로 등장한 '탈국가형 기축 자산'을 주요 패권국이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이 금을 기축자산으로 선택해 달러의 위상을 공고히 했듯, 비트코인을 채택한 행보는 향후 디지털 기축통화 체제의 방향성을 사실상 선언한 셈이다.

달러가 석유의 키를 쥐며 패권을 잡았듯, 전기를 누가 통제하고, 그 에너지의 흐름에 어떤 통화가 얽히는지가 21세기 화폐 권력의 핵심이다. 비트코인은 전기를 통해 태어난 디지털 금이다. 일렉트로비트 체제는 단지 암호화폐의 유행이 아니라, 에너지 소비가 가치를 창출한다는 고전적 원칙이 디지털 세계에 이식된 결과다. 미래는 이미 켜졌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코인으로 저장되고 있다.

달러가 석유의 키를 쥐며 패권을 잡았듯, 전기를 누가 통제하고, 그 에너지의 흐름에 어떤 통화가 얽히는지가 21세기 화폐 권력의 핵심이다. 비트코인은 전기를 통해 태어난 디지털 금이다. 일렉트로비트 체제는 단지 암호화폐의 유행이 아니라, 에너지 소비가 가치를 창출한다는 고전적 원칙이 디지털 세계에 이식된 결과다. 미래는 이미 켜졌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코인으로 저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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