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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카프의 '기술 공화국'을 보고

by 김창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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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기술공화국: 자본주의의 브레이크이자 민주주의의 방패

[부제] 자유시장에 맡겨진 기술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실리콘밸리는 세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더 안전하게 만들었는가?

기술은 우리 삶을 혁신했지만, 동시에 우리가 간과했던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편리함과 연결성은 증가했지만, 자유와 투명성은 그만큼 강화되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는 '기술공화국(Technological Republic)'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기술공화국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이는 민주주의적 자본주의가 권위주의적 자본주의에 밀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사회 계약이다. 카프는 말한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기술은 우리가 사는 사회의 정치적 구조를 반영하고, 또 그 구조를 형성한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AI, 알고리즘, 플랫폼은 특정한 철학과 권력 구조를 반영한다. 문제는 그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에 충실하지 않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은 민주주의의 친구인가?

전통적인 믿음은 이러하다. 자본주의는 자유를 촉진하고, 자유는 민주주의를 강화한다. 그러나 현실은 복잡하다. 자본주의는 정치체제와 무관하게 작동할 수 있다. 중국은 그 대표적인 예다.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디지털 기술은 급속히 발전했고, 국가는 이를 사회 통제의 도구로 삼았다. 안면 인식, 위치 추적, 사회 신용 점수제와 같은 시스템은 시민 개개인의 삶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평가한다.

더 무서운 점은, 이 모델이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효율적이고 통제 가능한 미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사회를 통제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스템은 그 자체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한편, 미국은 자유시장에 기술 발전을 맡긴 결과, 광고 수익과 사용자 체류 시간 중심의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공공성과 민주주의적 감시는 뒷전이 되었다.

기술은 누구의 편인가?

기술은 누구의 편인가? 그리고 누구의 편이어야 하는가?

카프는 단언한다. “기술은 공화국의 편에 서야 한다.” 즉, 기술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며,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기술은 광고 알고리즘과 플랫폼 수익 극대화라는 좁은 이해관계에 봉사하고 있다.

미셸 푸코의 감시사회 이론은 이 상황을 날카롭게 설명한다. 그는 권력이 감시를 통해 작동한다고 보았다. 오늘날 기술은 그 감시를 자동화하고 내면화한다. 우리는 누가 감시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스스로를 검열하는 시민이 되어간다.

기술공화국이란 무엇인가

기술공화국은 기술을 공공재로 인식하는 모델이다. 국가는 단순한 규제자가 아니라, 기술 개발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략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기업은 자율성을 유지하되, 공동체의 가치를 고려해야 하며, 시장은 수익성과 함께 지속 가능성과 공공성도 추구해야 한다.

지금의 미중 패권 경쟁은 단순한 경제 전쟁이 아니다. 이는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와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사이의 가치 충돌이며, 그 전선 한가운데에 기술이 있다.

결론: 브레이크 없이 어디로 가는가?

기술은 점점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지에 대한 질문은 부족하다. 기술공화국은 바로 이 질주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시도다. 방향을 되묻고, 공공의 이익을 회복하자는 제안이다.

과거의 이념 전쟁은 자본주의냐 공산주의냐, 경제 체제를 중심으로 벌어졌다. 그러나 지금의 이념 대립은 기술이 중심이다. 기술은 우리를 추적하고, 들여다보고, 예측하며, 행동을 유도한다. 말 없는 기술이 이제 정치적 힘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이 새로운 시대에서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누군가가 설계한 시스템 안에서, 자유를 믿으면서도 통제받는 삶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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