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전쟁 스타일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경질했다. 임기를 70여일 남기고 비충성파 숙청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에스퍼 전 장관은 '예스퍼'라 불릴 정도로 트럼프의대포적 에스맨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 6월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군을 동원하라는 트럼프의 지시를 어기고 미운털이 박혔다.
잔여임기를 남기고 군사 배치를 책임지는 국방장관 경질을 놓고 뉴욕타임즈는 트럼프가 이란전쟁 등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이 국방부 내에 존재한다고 전했다.
재임이 결정된 당시를 가정한 것이기는 하지만 트럼프가 이란을 다루는 방식은 전쟁과는 거리가 멀다. 트럼프는 손자병법을 숙독한 인물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식을 좋아한다. 미국이 다른 국가들이 엄두를 못낼 정도의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가 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실제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이 가능한 것처럼 엄포를 놓고는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이란과의 갈등이 고조됐을 당시, 전쟁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는 "전쟁은 원치 않는다"고 했었다.
중동 갈등을 다루는 트럼프의 방식은 동맹을 늘려 이란을 사실상 봉쇄하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수니파 국가들간에 평화협정을 연이어 맺게 한 게 대표적이다.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예멘-오만 등으로 이어지는 벨트로 이란의 목을 조이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굳이 미군을 주둔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지정학을 이용해 비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트럼프의 아브라함 협정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스라엘의 협조였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중동의 다른 수니파 국가들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전략과 트럼프의 이란 고립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민주당의 핵합의로의 복귀는 이스라엘의 국익과도 충돌한다. 핵합의 재개 작업이 시작되는 순간, 이스라엘이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이같은 구조가 바로 트럼프가 노렸던 것이다. 중동에서의 역학관계를 지렛대로 이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는 전쟁을 바라더라도, 워싱턴에서 미사일 버튼을 누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역할을 네타냐후가 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연임에 실패한 게 다른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오바바 정부가 결실을 맺었던 이란과의 핵협정을 재개할 경우다. 트럼프는 자신이 짜놓은 중동의 판을 바이든이 재구성할 것이란 점을 잘 안다.
햅합의를 두고 트럼프는 이란의 위상만 강화시킨 최악의 협정이라고 했었다. 실제 주변국가들은 트럼프의 생각에 동의한다. 이 점은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을 맺은 이스라엘과 수니파 국가들로서는 못마땅한 대목이다.
트럼프 입장에선 자신의 구상이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면 이란이란 화약고를 터뜨려버리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이에 들어가는 재정문제는 4년 뒤 화려한 복귀를 꿈꾸는 트럼프 입장에서도 알 바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