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조 달러, 약 1경 2,500조 원에 이르는 퇴직연금 자산이 담긴 401(k)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제도에 암호화폐를 포함한 대체투자를 공식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전해졌다. 이는 그간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지난 5월, 미국 노동부가 암호화폐를 퇴직연금 투자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배제했던 정책을 정면으로 뒤집는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대선 당시 내세운 공약을 실제 정책으로 이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해당 행정명령은 단순히 코인 투자만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폐 외에도 금, 인프라, 기업 인수 관련 거래, 사모펀드 등을 포괄하는 대체자산군 전반에 대한 퇴직연금 투자 접근을 열어주며, 이는 401(k) 가입자들이 기존의 뮤추얼펀드 중심의 주식·채권 위주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더 다양하고 위험도 높은 자산에 노출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퇴직연금 투자 구조는 상장된 주식과 채권 등 비교적 안전자산에 집중되어 있었고, 이는 제도권 금융의 프레임 속에서 퇴직자 자산을 보수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철학에 근거한 것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보수적 전통을 과감히 뒤엎고 고위험·고수익의 신성장 자산군, 특히 암호화폐에까지 제도적 문을 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401(k) 시장 전체 규모 중 일부라도 암호화폐로 유입된다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디지털 자산에 유의미한 기관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며, 이는 단순한 유행이나 개인투자자의 투기적 수요를 넘어서는, 제도화된 크립토 투자 흐름의 신호탄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구조 변화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록을 비롯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에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블랙록은 이미 2023년 이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더불어 암호화폐 수탁, 인프라 구축 등에 공격적으로 진출해왔으며, 이러한 자산운용사들에게 있어 401(k)와 같은 장기투자성 연금 자금이 암호화폐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은, 곧 거대한 자금의 안정적 진입 통로가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 자금들은 정기적으로 납입되고 장기 보유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변동성에 덜 민감하며, 기관투자자의
접근성 확대는 시장에 대한 신뢰 기반을 형성하고 가격 안정성과 거래 심리를 개선하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FT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암호화폐를 주류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도록 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라며, 연금자산 관련 방식에 있어서도 규제 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이러한 정책이 모든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결과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FT는 사모펀드는 거래 유동성이 낮고, 수수료가 높으며, 자산 가치의 정확한 산정이 어려워 연금 자산 운용에 필요한 높은 수준의 리스크 통제와 정보 비대칭 해소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제도적 문을 열었다고 해서 무작정 자금이 유입되기보다는, 충분한 투자자 보호 장치와 위험관리 프레임워크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경고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암호화폐 지지 정책을 넘어, 미국 퇴직연금 제도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정책 전환점이자, 크립토 자산이 국가적 투자 수단으로 인정받는 데 중요한 분기점이 되며, 이는 블랙록을 비롯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기관 수요 확대와 대체자산 시장의 재편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