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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에 부는 적색 공포

by 김창익

실리콘밸리에 번진 ‘적색 공포’ — 미중 기술전쟁의 또 다른 장면


미국 빅테크 업계가 중국과의 연결 고리를 차단하려는 ‘적색 공포’ 분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텔의 최고경영자 팻 겔싱어가 중국과 연관된 과거 행적이 심각한 하중을 안고 있다며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지목한 문제는 겔싱어 CEO가 과거 벤처캐피털 월든인터내셔널을 설립하고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 중국전자공사, QST그룹, 우시신상정보기술 등과 같은 중국 기술기업에 직접 투자했던 전력이다. SMIC는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이며, 다른 기업들 역시 중국의 군사·산업과 직결된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이와 함께 겔싱어 CEO가 과거 재직했던 회사가 중국에 군사 기술과 연결될 수 있는 제품을 납품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정치권의 반중 기류

미국 의회에서는 중국과의 기술 거래를 ‘적국에 첨단 기술을 넘겨주는 행위’로 규정하며 강력한 견제를 주문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첨단 기술 유출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AI, 반도체, 센서 등 전략 분야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저커버그 메타 CEO가 중국에 AI 기술을 넘겼다는 의혹으로 하원 청문회에 소환됐고, 그 이전에도 엔비디아의 첨단 칩 수출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게 이어졌다. 이런 기류 속에서 미국 내 빅테크 기업들은 중국 기술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내부 보안 절차와 직원 검증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빅테크의 방어적 폐쇄 모드

오픈AI, 파이어아이 등 주요 기술 기업은 최근 몇 달 사이 채용 단계부터 민감 정보 접근 권한 검증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 출신 엔지니어나 중국 기업과의 연구 협력에도 높은 장벽을 세우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경영 판단을 넘어 정치권의 압박과 여론의 반중 정서가 맞물린 결과다. 미국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 개시 이후 단순한 관세 전쟁을 넘어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같은 전략 기술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정책을 지속해 왔고, 현재 그 전선은 실리콘밸리 내부로 깊숙이 확산됐다.


미래의 파장

이 같은 ‘적색 공포’는 냉전 시기 공산주의 확산 공포와 닮아 있으나, 이번에는 대상이 중국의 기술 굴기다.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방어적 태도는 미국의 개방적 혁신 문화를 위축시킬 수 있으며, 글로벌 인재 교류와 투자 흐름에도 차질을 빚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중국이 첨단 기술 격차를 좁히려는 시도는 더 강한 장벽에 부딪힐 것이고, 미중 간 기술전쟁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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