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은 인간을 왜 만들었을까.
넷플릭스 '익스팅션: 종의 구원자'는 "당신들이 어떤 존재인지 정말 몰라요?"란 대사 전과 후로 나뉜다. 반전을 암시하는 대사이자, 이 영화의 주제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본 따 ai를 만들었다. 만든 이유는 필요해서다. ai가 인간의 삶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존재가 인간에게 해가 됐다. 합성물들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삶을 빼앗았다. ai는 필요한 존재에서 두려운 존재가 됐다.
두려움은 공격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ai 말살을 위한 전쟁을 시작하고, 패한다. 승리한 ai가 지구의 주인이 되고, 인간은 화성으로 도피한다. ai는 자신들이 합성물이란 점을 망각한다. 시간이 흐른 뒤 인간의 지구 탈환 전쟁이 시작된다.
영화는 우주전쟁처럼 시작한다. 공격을 받는 쪽은 외계인을 물리쳐야할 인간들인 게 보통인데, 알고보니 이들이 ai였다.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침입한 자들은 다름아닌 인간이다. 인간들에게 패한 ai들은 지하세계로 피신하면서 말한다. "나는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알아. 그리고 나의 적이 누구인지도."
신은 인간을 왜 만들었을까?
이 영화가 신과 인간의 관계를 인간과 ai의 관계로 치환한 가정이라면, 한가지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치환된 원형을 알기 위해 경로를 거꾸로 거슬러 가보자.
신은 필요에 의해 인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인간이 신의 영역을 침범하고, 두려움에 신은 인간을 멸종시키기위한 전쟁을 감행한다. 결국 인간이 패하고 신은 인간의 영원한 적이 된다. 인간이 패할 수 밖에 없다는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인간이 신에게 두려움이 대상이 된다는, 신의 적수가 된다는 원형은 가정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 영화가 인간과 ai의 관계를 통해 신과 인간의 관계란 원형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면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ai가 인간에게 굴복하고 공존하며 살아간다는 설정이 원형에 가깝다. 아니면 인간은 다시 신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
필요에 의해 인간이 창조된 것이라면, 삶은 어떻게 신에게 유용하게 작용하는 것일까. 대체 인간의 삶 중 어떤 부분이 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단지 살아갈 뿐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