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라. 죽여라!" 집단은 점화를 외쳤다. 기름에 찌든 장작은 작은 불씨 하나만 닿으면 폭발하듯 타오를 것 같았다. "죽여라. 죽여라." 어떤이는 영문도 모른채 따라서 외쳤다. 이유를 알 이유도 없었다. 누군가 상상하지 못할 고통속에서 몸부림 치는 모습에 잠시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누구도 상황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누구의 외침도 집단광기를 멈춰 세울 수 없을 것 같았다. 연기와 함께 사라져버릴 순간의 위안이라도 그들에겐 절실했다.
군중을 뚫고 들어가는 지오를 사내가 잡았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소용 없을 것이란 의미였다.
"저 사람은 잘못이 없어요. 막아야 합니다." 뿌리치는 지오의 팔목을 사내가 다시 잡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이유가 있어서 고통을 받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 사람은 그저 우리보다 조금더 나쁜 상황일 뿐이에요"
선동자는 군중의 외침에 끌리듯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솟아오른 불길 속에서 희생자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의 외침은 집단이 내뱉는 소음에 뭍혀 조금의 울림도 없었다.
선동자는 성직자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성직자란 분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요." 지오는 또 한번 믿기 힘든 광경을 보았다. "희생자도 성직자니까요." 사내의 말은 지오를 더욱 놀라게 했다. 화염 속의 희생자도 종교인이었다.
"신을 믿는 분이 사람을 죽인단 말입니까?"
"자신의 것이 타인의 것보다 나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으니까요."
"자신의 것은 무엇이고, 타인의 것이란 또 무엇입니까."
"각자기 믿는 신을 말하는 겁니다."
"신은 각자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각자의 피조물이죠. 그릇 장사에게 와서 누가 자기 그릇이 더 좋다고 하면 어떤일이 벌어질까요. 사람들이 그 말을 믿고 다른 그릇 장사의 그릇만 사게 된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