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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바우어 던] "우리쪽에 합류하시죠"

- "신은 살아남는 자를 선택하십니다."

by 김창익

"우리쪽에 합류하시죠. 당신은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사내는 마치 자비를 베풀듯히 말했다. 선을 넘어오란 말이었다. 강요된 선택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의미였다. 받아들이느냐 죽느냐의 문제였다.


"무고한 사람을 죽일 수는 없습니다." 지오는 결심이 섰다. "그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소." 지오의 말에 사내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죽음보다 못한 삶이란 없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최대한 살아 남는 것이오. 식량이 다 떨어졌소. 이제 지상인종은 모두 굶어죽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는 누군가를 먹고 살아남아야 하오. 나는 더 어려운 쪽을 택한 것 뿐이오. 거절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알고 있지요?" 사내는 지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신이 반드시 심판하실 겁니다." 지오는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당신이 신이라면 누구를 선택할 것 같소." 사내는 손을 뻗어 지오의 고개를 들어올렸다. 지오와 사내의 눈빛이 마주쳤다. 신념과 신념이 마주쳤다. "신이 만든 세계엔 애당초 도덕이란 존재하지 않아요. 자연의 원리가 있을 뿐입니다. 해가 뜨고지고, 겨울이 가면 꽃이 피고,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말이오. 그냥 법칙대로 움직일 뿐입니다. 그 안에 무슨 도덕이 있소. 신이 선택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닙니다. 신도 필사적으로 살아남는 자를 선택하십니다. 신은 네안데르탈인이 아니라 호모사피엔스를 선택하지 않았소. 다른 종족을 말살하고 살아남은 종족을 선택한 겁니다. 그 판단에 당신이 말하는 선악이 어디에 존재합니까. 자신이 만든 우주가 자연의 법칙대로 존속하는 게 신의 유일한 목적 아니겠습니까. 인간은 그의 앞에서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닙니다." 사내는 지오의 선택을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럴 듯한 개소리요. 하마터면 당신의 말이 맞다고 박수를 칠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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