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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익 Jan 10. 2021

[리 바우어 던] "구멍에서 먹을 게 올라옵니다"

"한달에 한번씩 구멍들에서 먹을 것들이 올라옵니다. 대부분 지하인종이 먹다 버린 음식 쓰레기인데 게 중 제법 먹을 만한 것들이 있습니다. 굶어죽는 사람이 급증하면 가끔씩 구호식량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내의 설명을 들으면 지하인종들의 정부가 그래도 지상인종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것 같았다. 생존을 위해 지상에 버려놓았지만, 전쟁전에는 가족이고 이웃이며 동포이지 않았던가. "그나마 고마운 일이군요." 지가 말했다.


"당치 않은 말입니다. 모든 것을 빼앗아가고 가끔씩 먹다버린 쓰레기를 올려주는 것을 어찌 고맙다고 하십니까. 말은 그렇게 남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내의 말은 분노로 가득했다. "저 것들은 우리를 살릴려고 올려 보내는 게 아니에요. 지하인종들은 지상의 우리들을 정리하려고 하는 겁니다."


"정리라구요?" 지오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내에게 물었다.


"음식물 쓰레기가 올라올 때마다, 전쟁이 벌어집니다. 어지간한 장정들이 아니면 쌀한톨 차지하기가 힘들어요. 개도 먹지않을 음식을 올려보내면서, 열명중에 한명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만 올려보냅니다. 한달에 한번씩 구멍들 주변에선 살육이 벌어지지요. 지상인종들이 가장 많이 죽어나가는 때가 바로 저 구멍에서 먹을 게 올라오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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