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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음 Dec 08. 2021

독후활동의 역설

책 읽고 독후활동을 해야 할까요?


어느  둘째 딸아이가 까만 크레파스와 하얀 꼬마 크레파스라는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나카야 미와의 까만 크레파스 시리즈는 아주 궁금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다 마지막에 한방이 있는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그림책 시리즈  하나이다. 까만 크레파스와 하얀 꼬마 크레파스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하얀 꼬마 크레파스가 길을 잃고 친구들을 잃어버려서 까만 크레파스 친구들과 같이 생활하게 된다. 까만 크레파스 친구들은 하얀 꼬마 크레파스를 가족처럼  돌봐주었고 서로 아꼈다. 그러다 하얀 꼬마 크레파스는 친구들을 찾게 되고, 까만 크레파스 친구들이   원래 친구들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하얀 꼬마 크레파스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도화지에 편지를 쓰고 간다. 하얀 꼬마 크레파스가  글은 당연히 하얀색이었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붓형과 물감누나의 도움으로 글씨가 쓰인 도화지 위에 물감을 칠하고 하얀 꼬마 크레파스가  글씨를   있었다. 물감과 크레파스는 물과 기름이라는 성분 때문에 서로 섞이지 않는다. 둘째 딸아이에게 책을 읽고 물었다. ‘크레파스로 그리고 물감  위에 칠하면 이렇게 나오는  알지?’ 둘째 딸아이가 말하길 ‘모르는데...’이게 무슨 일인지? 이걸 모르다니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아무리 일이 바쁘다고 해도 책과 연계된 활동을 너무  해준  같아 미안했다. 크레파스 시리즈를 보며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나는데 모두 첫째 딸아이와 했던 것이다. 남편이 주말도 없이 바쁘고 나도 일을 하면서 아이 둘을 독박 육아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럴  있다고 마음을 달래면서도 핑계대기에는 너무 시간이 많이 지난  아닐까 자책이 든다. 얼른 물감 꺼내고 크레파스 꺼내 그려보고 칠해보고... 오랜만에 꺼낸 물감 때문에 거실이 지저분해지긴 했지만 아이가 활동하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던 모습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림책을 읽고 어떤 독후활동이든 하는 것은 정말 이상적이다. 책놀이라고 불리기도 한 활동은 아이가 책을 가까이하여 좋아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독후활동이라는 것에 너무 집착을 할 필요는 없다. 책 읽어주기도 바쁜데 매번 그렇게 활동을 하는 것 숙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 SNS를 보면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대단히 해 주는 분들이 보이는데 이런 부분에서 작아질 필요도 없다. 가만히 보면 책을 읽고 필요하다고 느끼면 아이들이 스스로 한다. 책에 나오는 모습을 따라 하고, 그려보고, 말하고... 굳이 억지로 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부담감을 놓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독후활동이라는 것이 어떤 결과물이 나와야 되는 것이 아니다. 쉽게 할 수 있는 독후활동도 얼마든지 있다.




 번째로 최고의 독후활동은  읽고 아이와 대화하기이다.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독후활동  하나이다.  독후활동은 사실 마음먹고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어줄 때마다 필요한 활동이다.  하나의 질문을 하더라도 말이다. 똑똑한 유대인들은 하브루타라는 것을 한다. 어려서부터  하브루타가 그들을 그렇게 똑똑하게 만들었다고 증명하고 한다. 하브루타는 둘씩 짝지어 묻고 답하는 토론을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책을 읽고 대화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림책을 읽고 질문을 통해 아이와 이야기 나누는  자체가 아이의 사고를 확장시킨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 내기도 아주 좋은 부분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책을 읽고  읽었나를 시험하는 형태의 질문은 절대  된다. 보통 책을 읽고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라고 하면 주인공이  했어? 그때 뭐라고 말했지? 이런 식의 대화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책을 읽고 대화 나누기는 시험이 아니다. 아이가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읽었는지를 따지고 보는 것이 아니다.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너라면 어떻게 했을  같아? 주인공이  그랬던 것일까? 이런 경험 있었어? 그때는 마음이 어땠어? 이런 질문들을 던져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대화하기 독후활동을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것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먼저 읽어보는 것이다. 먼저 읽어보면 중간에 질문을  상황도 생각할  있고, 어떤 질문을 하며 대화를 할지를 사전에   있다. 먼저 어떤 질문을 할지 알고 책을 읽어주는 것과 아이와 똑같이 처음 책을 읽는 것은 차이가 크다. 가장 만만하지만 매우 중요한 독후활동은 놀이처럼 느끼며 대화할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독후활동은 그림 그리기 또는 글쓰기이다. 질문하여 대답하는 것과 비슷할 수 있는데 책을 읽고 느낀 점이나 다음 상황 또는 아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거나 쓰게 하는 것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그림으로 대체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림 그리기나 글쓰기는 대화와는 또 다른 독후활동의 효과를 준다. 대화보다는 진지하고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지식이나 정보가 확장되기도 한다. 까만 크레파스와 하얀 꼬마 크레파스를 읽고 크레파스와 물감으로 그림 그리면서 알게 되는 것처럼...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글쓰기가 좋다. 독후감 쓰는 연습이 된다. 하지만 글쓰기를 싫어한다면 굳이 강요하지 않는 것이 좋다. 책을 읽을 때마다 글을 써야 한다고 느껴 책을 읽지 않으려 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대화하기는 독후활동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지만 그림 그리기나 글쓰기는 만약 책을 읽으면 꼭 해야 한다는 느낌을 주면 책 읽기를 거부할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번째는 바깥 활동이다. 책에서 나오는 곳을 찾아간다거나 책에서 보았던 것을 바깥에서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이것도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지렁이가 나왔던 그림책이 있었다면  오는  지렁이를 발견했을  우리  책에서 지렁이 봤었는데 라며 그림책 속의 내용을 기억하게 하고 직접 보게 하는 것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동물원  그림책을 보고 밖에서 아이들이 보고 체험할  있도록 하는  자체가 훌륭한 독후활동이다. 그저 책에 이런 내용이 나왔었지 정도만 이야기해주어도 아이가 알아서  내용을 기억하고 실제 상황과 대비해 스스로 느끼고 생각한다.



독후활동이라는 것이 아주 거창하지 않다. 책을 읽어주기도 바쁜데 찾아서 독후활동을 하는 것이 벅찬 일일 수 있다. 아주 만만하고 쉬운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것이 좋다. 그런 활동들이 오히려 책을 더 좋아하고 더 읽게 만들 수 있다. 그림책 읽고 질문을 던져 대화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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