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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Jan 28. 2022

킨츠쿠로이의 미학

완벽하지 않아서 괜찮습니다

킨츠쿠로이라고 아시나요?


킨츠쿠로이(金繕い)

= 킨(金;금) + 츠쿠로이(繕い;수선하다)


'금으로 고친다'라는 뜻의 일본어인데, 깨져서 파손된 도자기를 금가루 등을 섞은 옻칠로 수리 복원하는 일본의 전통공예기술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깨진 그릇 조각들을 접착제로 이어 붙이는 건데요, 근데 이게 단순히 그릇을 고쳐 는 걸 넘어서 하나의 예술 기법이 되었습니다. 금가고 깨진 경계의 자국을 도리어 도드라지게 살리고 금빛으로 기림으로써 더 귀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거지요. 이게 인기를 끌면서 멀쩡한 자기를 일부러 깨서 작업을 하는 장인들도 생겼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여기서 깨진 자국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는 점에 주목하는데요, 과거의 상처를 고유의 무늬로 승화시키는 고차원의 스토리텔링 예술이라고 하겠습니다.




깨진 후가 깨지기 전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쓸모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흔히 깨진 거울에 빗대곤 하지요. 근데 실용적으로(?) 생각해 보면 원래의 완벽한 상태로 돌이키진 못하더라도 덕지덕지 테이프로 다시 붙인 거울이라고 제기능을 아예 잃은 건 아닙니다. 새것인 척,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지 않아도 깨졌으면 깨진 대로, 살짝 비뚜로 보이면 비뚠 대로 그래도 얼굴은 비추이니 괜찮습니다.


괜찮다 라는 말은 '괜하지 아니하다'가 '괜치 않다'거쳐 줄여져 왔습니다. 그럼 괜한 것은 무엇일까요? '괜하다'와 같은 뜻의 말이 '공연하다'입니다. 누가 쓸데없는 소리를 할 때 "공연한 소리 하고 있네", "공연히 트집 잡네" 이런 말 하잖아요. 공연한 것은 쓸모가 없다는 것입니다. useless 하다는 것이지요. 그럼 공연하지 않다 함은 not useless 라는 얘기겠지요? 즉, 괜찮다 = 공연하지 아니하다 = 아직 쓰임새가 있다 는 이야기입니다.


"완벽해"가 아니어도 "이만하면 괜찮아"면 충분합니다. 어쩌면, 완벽하다는 건 칭찬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옛날에 어떤 조각가가 살았는데 그 솜씨가 어찌나 완벽하던지 만드는 조각상마다 진짜 사람 같았습니다. 어느 날 신이 그의 영혼을 거두러 천사를 보냈는데 이 완벽한 조각가는 자신과 똑같은 조각상을 여럿 만들어 놓고 그 사이에 숨어버렸습니다. 똑같이 닮은 조각상들 사이에서 도저히 조각를 찾아낼 수 없었던 천사는 풀이 죽어 신에게 돌아가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러자 신이 귀띔을 하나 해주면서 천사를 다시 내려보냈습니다. 완벽한 조각상들 앞에 다시 선 천사는 큰소리로 비웃었습니다. "이런 결점 투성이 조각들이라니! 정말 형편없이 엉망이구나!" 그러자 숨어있던 조각가가 튀어나와 화를 내며 따졌습니다. "뭐라고? 완벽한 내 작품에 무슨 결점이 있단 !" 천사는 그 자리에서 즉시 조각가의 영혼을 거두어 갔습니다.


결점 없는 완벽이 있다면, 그게 바로 결점입니다.


완벽한 사람을 바라지 않습니다. 어차피 완벽한 사람이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당신은 완전한 존재로서의 당신이 아니라 온전히 당신인 당신입니다. 




온 뒤에 땅이 굳습니다. 손발의 굳은살은 치열한 땀과 노력의 시간증거 하는 나이테입니다. 운동 좀 하겠다고 방문에 철봉을 걸어놓고 턱걸이를 겨우 한두 번 했는데도 바닥에 물집이 잡혀 아픕니다. 제 몸 하나 못 들어 올리는 부실한 팔 어깨가 가뜩이나 원망스러운데 손바닥까지 엄살이니 창피합니다. 그런데, 서너 개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니 턱걸이 개수도 늘고 굳은살이 박여 더 이상 아프지 않습니다. 완벽하지 못해서 거칠어졌는데, 거칠어지니까 거친 일에 쓰기 더 좋습니다. 결혼식에 딱 한번 끼고 모셔놓은 수 놓인 흰 장갑보다 설거지할 고무장갑이, 바비큐 구울  목장갑이 훨씬 친근하고 유용합니다. 있는 그대로, 쓰임 그대로 최선을 다 한다면 설령 이가 조금 나간 그릇이라도 자기 그릇대로 멋지게  것입니다. 




여기 다들 한 번쯤 보셨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킨츠쿠로이 작품 몇 점을 소개합니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의 발
축구선수 박지성의 발


궁금합니다.

금빛 금 간 당신만의 킨츠쿠로이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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