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많아야 네다섯 번 정도겠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기껏해야 스무 번 정도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기회가 무한하다고 여긴다."
돌아보면 저는 이때부터 작곡 면에서도 오선지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던 것 같습니다. 오선지는 음악이 시간 예술이라는 약속 아래 편의에 따라 구성된 것입니다. 제가 종종 설치 작품을 발표하는 것은 역시 그런 규제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과 깊이 관계되어 있습니다. 적어도 갤러리 안에서의 소리의 표현은 일반적인 음악처럼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이야기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111p)
힐링뮤직으로 호평받을 때 치과에서 흘러나올 법한 값싼 음악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정말로 싫었어요. (198p)
저는 사계절이 춘하추동의 순서가 아니라 겨울에서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계절의 변화란 당연하게도 인간의 삶을 상기시키는데, 그렇게 보면 가을이 곧 생의 마지막이 되죠. (8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