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원 Feb 02. 2022

우물 밖 달팽이

the origin of the Journey


옛날에 개구리 두 마리가 한 우물 안에 살았습니다. 올챙이 시절부터 단짝이었던 둘은 앞다리와 뒷다리가 차례대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머리 위 동그란 지붕 너머 바깥세상이 궁금해졌습니다.

"저 파란 천장을 넘어가면 뭐가 나올까?"
"아냐, 우물 밖은 위험해!"

궁금한 건 같았지만 두 개구리의 성향은 달랐습니다. 모험 지향의 첫 번째 개구리는 뒷다리에 힘을 주고 폴짝~ 우물 밖으로 뛰었습니다. 바깥세상에는 들짐승, 산짐승, 날짐승까지 온갖 달리 생긴 것들이 살고 있는 초원이 있었습니다. 우물 밖으로 뛰쳐나온 개구리는 잠시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하지만 타들어가는 태양 아래 그림자를 드리워줄 응달을 찾아 쉼 없이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반대로 밤이 되면 무서운 야행성 천적들의 눈을 피해 제대로 눈 붙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우물 안에 남은 안정 지향의 두 번째 개구리는 우물 밖으로 나간 친구의 안부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우물 속에 들어앉아 바깥일을 확인할 길은 없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는 그저 안전이 보장된 자기 자리에서 우직하니 한 우물만 파고 평생을 습니다.
 
자유와 평화, 어떤 개구리가 더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는 끝내 알 수 없었습니다. 확실한 건, 두 마리 모두 자신이 원하던 삶을 최선을 다해 살다가 죽을 땐 똑같이 적당한 후회를 남기고 개구리 같은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의 반대말은

우물 밖 개구리인가요? 


확실치 않습니다. 왠지 우물 밖을 모범답안으로 삼아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우물의 어느 쪽인지조차 헷갈립니다. 안팎을 분간하려 우물쭈물 대다가 애먼 세월만 흘려보냈는지도 모릅니다. 교과서적인 교훈에 기대기에는 이 세상이 전혀 교과서처럼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물 안이나 밖이나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일 뿐, 어떤 삶을 선택하든 나름의 고충과 후회가 따를 것입니다.

하나를 취하는 순간 다른 하나를 잃을 확률은 커지게 마련입니다. '인생은 선택이다'라는 말을 모두가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중요한 건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왜 그것을 선택했느냐라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간과합니다. 결과엔 요행이 따르지만 이유를 알고 한 선택이라면 미련은 남지 않을 것입니다.

고민해 봅니다.


'액션'이 아닌, '모티베이션'에 대한 고민.
'안이냐 밖이냐'가 아닌, '왜 거기에 있느냐'에 대한 고민.

전혀 다른 궁금증이 생깁니다.


왜 꼭 개구리여야만 하는 걸까요? 가만히 앉아있거나 정신없이 뛰어다니거나, 꼭 둘 중 하나여야만 하는 걸까요? 개구리 말고 달팽이가 되면 안 될까요? 조금 느리긴 해도 멈추진 않는, 계속 움직이다가도 잠시 숨 돌릴 여유를 는, 우물 밖 달팽이 말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