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나잇 from 20세기 소년

혹은 소녀

by 이지원

띠,
(키패드 효과음) 띠, ,

띠.

들어갈 땐 분명히 맑았었는데
나와보니 좀 젖었더라구
여름밤이 그렇잖아 끄적인 일기처럼

종잡을 수 없는 일기

흐르는 비를 한바탕

맞고 났더니

좀 울적한 것 같기도

좀 허탈한 것 같기도


그다지 멜랑꼴리하진 않았는데
절대 취한 것도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눌러버렸어

4자리 그 번호

누가 뭐라 할 수 없잖아

어차피 내 번호

오래전 같이 만든
오래된 네 번호


뚜-우-
울리는 벨소리

뚜-우-
떨리는 심박동


뚜-우-

멈출 줄 모르는

뚜-우-

기계식 전파동


혹여 누군가 받았다 해도
딱히 소리 있었을 리가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무언가 받았던 것도 같아 그게 너였던 것 같아

말 한마디 못했던 것 같아 조금 울었던 것 같아


무언가 받았던 것도 같아 그게 너였던 것 같아

잘 지내니 물었던 것 같아 넌 괜찮아진 것 같아


처음이잖아 그럴 리 없잖아
열두 번도 더

같은 하늘 아래 있을 리 없잖아

그런데 어젠 왜

It seems some stalkin' me

talkin' to you talkin' to you
Seems some stalkin' me

just like a 고양이처럼


It seems some stalkin' me

talkin' to you talkin' to you
Seems some stalkin' me

just like a 고양이처럼


아마도 내가 건 건

내 번호
그건 그냥

내 번호


아마도 니가 준 건

네 번호

쓰다 버린

4 번호


어젯밤 기억 없는 밤
어차피 진짜 아닌 밤


아무도 몰라 봤던 밤

눈 아래 치덕인 립밤


나올 땐 분명히 젖었었는데
다 와보니 말라 가더라구
여름밤이 그렇잖아 끄적인 일기처럼

종잡을 수 없는 일기


그래 그건 아마도 몹쓸 비

지겹도록 내린 비 때문이었을 거야

(* 세기말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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