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
(키패드 효과음) 띠, 띠,
띠.
들어갈 땐 분명히 맑았었는데
나와보니 좀 젖었더라구
여름밤이 그렇잖아 끄적인 일기처럼
종잡을 수 없는 일기
흐르는 비를 한바탕
맞고 났더니
좀 울적한 것 같기도
좀 허탈한 것 같기도
그다지 멜랑꼴리하진 않았는데
절대 취한 것도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눌러버렸어
4자리 그 번호
누가 뭐라 할 수 없잖아
어차피 내 번호
오래전 같이 만든
오래된 네 번호
뚜-우-
울리는 벨소리
뚜-우-
떨리는 심박동
뚜-우-
멈출 줄 모르는
뚜-우-
기계식 전파동
혹여 누군가 받았다 해도
딱히 할 소리 있었을 리가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무언가 받았던 것도 같아 그게 너였던 것 같아
말 한마디 못했던 것 같아 조금 울었던 것 같아
무언가 받았던 것도 같아 그게 너였던 것 같아
잘 지내니 물었던 것 같아 넌 괜찮아진 것 같아
처음이잖아 그럴 리 없잖아
열두 번도 더
같은 하늘 아래 있을 리 없잖아
그런데 어젠 왜
It seems some stalkin' me
talkin' to you talkin' to you
Seems some stalkin' me
just like a 고양이처럼
It seems some stalkin' me
talkin' to you talkin' to you
Seems some stalkin' me
just like a 고양이처럼
아마도 내가 건 건
내 번호
그건 그냥
내 번호
아마도 니가 준 건
네 번호
쓰다 버린
4 번호
어젯밤 기억 없는 밤
어차피 진짜 아닌 밤
아무도 몰라 봤던 밤
눈 아래 치덕인 립밤
나올 땐 분명히 젖었었는데
다 와보니 말라 가더라구
여름밤이 그렇잖아 끄적인 일기처럼
종잡을 수 없는 일기
그래 그건 아마도 몹쓸 비
지겹도록 내린 비 때문이었을 거야
(* 세기말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