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환절기

by 이지원


어느새 봄볕이 완연하다


살 에던 풍성(風聲)은 잦아들고

어머니 품처럼 따스한 훈기가 감싼다


멈춘 듯한 것은 일상뿐

행성은 언제나처럼 항성을 돌아

계절은 제자리를 찾았다

세상 가장 악하고 약한 피조물, 인간.

강아지도 신이 나 풀밭을 뛰다니는데

보이지도 않는 단백질 쪼가리가 무서워

각자의 입을 틀어막고 서로를 한껏 경계한다


온 세상이 제 것인 양 내달린 미련함에

늘 적당한 때 필요한 만큼 브레이크를 걸어

이번에도 자연은 균형을 회복해내었다

모든 것이 지나갈 것이었고

결국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잊혀지겠지


일상이 당연해지고 익숙이 차오르다

다시 정도를 넘게 되는 날


처음인 것처럼 내일은 어제를 되밟으리

오, 참으로 한결같은 존재의 역사여.

싸늘한 소멸이 퇴장하고 싱그런 생명 가득할

계절은 항상 다음을 준비했음을 잊지 않기를


거대한 순환의 섭리 아래 모든 것이

필요한 단계였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를


그렇게 낮아진 뒤 돌아온 오늘에

깊고 깊이 감사하기를

어느새 봄꽃이 만연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