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봄볕이 완연하다
살 에던 풍성(風聲)은 잦아들고
어머니 품처럼 따스한 훈기가 감싼다
멈춘 듯한 것은 일상뿐
행성은 언제나처럼 항성을 돌아
계절은 제자리를 찾았다
세상 가장 악하고 약한 피조물, 인간.
강아지도 신이 나 풀밭을 뛰다니는데
보이지도 않는 단백질 쪼가리가 무서워
각자의 입을 틀어막고 서로를 한껏 경계한다
온 세상이 제 것인 양 내달린 미련함에
늘 적당한 때 필요한 만큼 브레이크를 걸어
이번에도 자연은 균형을 회복해내었다
모든 것이 지나갈 것이었고
결국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잊혀지겠지
일상이 당연해지고 익숙이 차오르다
다시 정도를 넘게 되는 날
처음인 것처럼 내일은 어제를 되밟으리
오, 참으로 한결같은 존재의 역사여.
싸늘한 소멸이 퇴장하고 싱그런 생명 가득할 때
계절은 항상 다음을 준비했음을 잊지 않기를
거대한 순환의 섭리 아래 모든 것이
필요한 단계였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를
그렇게 낮아진 뒤 돌아온 오늘에
깊고 깊이 감사하기를
어느새 봄꽃이 만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