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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Jan 26. 2022

삼겹살 게임

새벽아 우린 깐부잖아


새벽이생추어리라는 데가 있다. 새벽이는 돼지 이름이고 생츄어리는 동물보호소번역하면 되겠다. 원래 아프리카 등지에서 치타, 코뿔소 등 밀렵에 희생되는 야생동물을 위한 시설을 일컫는 말인데,  생츄어리는 돈사에서 고기로 도축될 운명의 아기돼지를 '훔쳐다가' (이분들이 직접 사용한 구출 표현) 맘껏 뛰놀 장소를 마련해줬다. 이름에서 눈치챘듯이 이 돼지는 한국 국적이다. 슈퍼돼지 '옥자' 뉴욕까지 끌려갔지만 이 친구는 한국에 실거주한다. 국내 최초 농장동물 피난처란 얘기다. 관심 있는 분들은 공식 블로그에서 자세한 정보를 검색해 보셔도 좋겠다.


새벽이 생추어리 관련기사


지금부터 이 글은 고질적인 머릿속 알고리듬에 따라 의도치 않게 안드로메다로 향할 것이다. 어떤 주장을 하려는 심산으로 글을 시작한 것아니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먼저, 아래 해당 기사의 캡쳐샷을 보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54304


새벽이생추어리 기사를 열독하 와중에 떡하니 마장동 한우집 광고가 튀어나왔다. 찰나의 인지부조화. 저도 모르게 새는 헛웃음. 웃자는데 죽자는 건지, 죽자는데 웃자는 건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을 다 살리고 먹자는 짓,이라고 바꿔도 말이 되나? 알고리즘의 냉혈한 동종 카테고리 추천에 잠시 혼미해진 틈을 타 머릿속 나만의 알고리듬 또한 잽싸게 리듬을 탔다.


살릴 것과 먹을 것이 다른가? 야생동물과 가축이 다른가? 반려견과 식용견은 다른가? 반달곰과 사육곰은 다른가? 보호종과 교란종은 다른가? 포유류와 어류와 균류는 뭐가 그리 다른가?


고통은 누구부터 느끼나? 갑각류는 통각이 있다던가? 대게는 대개 삶지 않나?삶으면 되게 맛있지 않나? 벌레는 징그러우니 죽여도 되나? 익충은 살리고 해충을 죽여야 하나? 유익균과 유해균은 요구르트 회사가 정해주나? 손바닥에 묻은 대장균은 나쁜 놈이고 대장 안담긴 놈은 괜찮은 놈인가? 뇌 먹는 아메바는 어떤 아메바 같은 생각을 할까? 인간의 기준으로 다른 생물의 지각을 판단한다는 게 타당한가?


인도적이란 무슨 뜻인가? 내 마음이 편하면 인도적인가? 애당초 人道적인 동물주의는 말이 되는 말인가? 먹방 유튜버 소갈비짝 해체쇼는 좋아요, 백신 연구 투구게 공혈 뉴스는 화나요인가? 생선은 날로 회치고 낙지는 소금장에 탕탕이면서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탄스러운가? 삼겹살, 꽃등심, 후라이드치킨 최초에 대신 도축했을 누군가가 고맙단 생각을 혹시 해본 적은 있나? 


육식을 버리고 채식을 선택하면 해결되려나? 락토, 오보, 뽀요, 페스코. 비건의 끝은 어디인가? 식물은 정녕 감각이 없으려나? 피톤치드는 화학적 비명 아닌가? 농경은 온실가스 배출에서 자유로운가? 결핍한 영양소는 약으로 충당하면 되나? 각종 영양보충제로 돈 버는 제약사들은 어디에서 실험 데이터를 얻을까?


인간은 유일하게 특별한 지적 존재인가? 인간이 정하면 답이 되는가? 지구 상에서 인간이 가장 우월한가? 인간의 시각과 개의 후각과 박쥐청각의 우열을 가릴 수 있나? 초고온 극저온 사막 심해 진공 어디 갖다놔도 물도 안 마시고 10년을 버틴다는 곰벌레는 어쩔터? 애초에 뭘 먹어야 살 수 있다 것부터 단추를 잘못 꿴 거 아닌? 돌처럼 가만있음 천년만년 갔었을 것을 왜 굳이 먹고 먹히는 생물로 진화했나? Eat, pray, love? Eat먹고 prey먹히고 alive살아남고 아니고? 


내가 먹은 너는 내가 되는가? 어디까지 나이고 어디부터 남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태초부터 존재한 원소들이 배열만 계속 달라지는 것 아닌가? 육신 위에 정신이 있는가? 영과 혼은 같은가? 존재는 에너지인가? 에너지의 70%는 암흑인가? 우주는 하나인가? 텅 빈 공간에 정보가 있을 뿐인가? 아님 모두 허상인가? 이 모든 질문에 의미가 있기는 하나? 여기서 지금 나만 이러고 궁금한 거나? 내일 점심엔 또 뭘 먹어야 하나? 


어쨌든 새벽이는 끝까지 행복했음 좋겠다.



갑각류 복지권 기사 아래 대게 배송 광고..무서운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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