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심부 내막증을 진단받기 전 나의 자궁 이야기 - 01
결과가 나오기 전 나의 자궁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의 자궁은 결혼 전까지 큰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자궁은 2014년에 아이를 하나 낳음으로 그 역할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다.
초저출산 시대에 가임기 여성의 출산율이 0.8명이라고 하는데, 하나라도 낳았으니 그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외동아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나, 아이는 유아기 때 야경증이라는 걸 앓았고, 밤에 잠을 자다가 2시간마다 앉아서 울기를 만 4세까지 지속하였다.
워낙 예민한 아이라 조금이라도 뭔가가 불편하면 아직도 선잠을 자는 아이이다. 이러니 나는 아이가 만 4세까지 둘째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갓난아기가 소스라칠 정도로 싫었다.
아이가 5살이 되었을 때, 내 몸이 조금 편해졌는지 아니면 마음이 편해졌는지 둘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몇 달 동안 노력을 하였다.
한 번은 임신인 것 같아서 테스터기를 했는데 초초 매직아이 두 줄이었지만 며칠 뒤 배가 살짝 아프더니 곧이어 생리를 시작하였다.
생리 시작 며칠 전 차 뒷좌석 카시트에 앉아서 태블릿을 보던 아기가 뜬금없이 "엄마, 동생이 왔는데 아파서 하늘나라로 갔어."
아이에게 동생 얘기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런 말을 하여 등골이 서늘했었었다.
아이의 그 말로 우리 부부는 아기천사가 우리에게 왔다가 스쳐갔다고 확신하였다.
그리고는 우리 부부에게는 둘째 소식은 없었다.
지금 '자궁 심부 내막증'을 진단받고 나서 왜 우리 부부에게 그 수정란이 착상되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는지가 이해가 되었다.
좀 일찍 치료를 시작하였다면, 나의 소중한 아이는 동생이 있었을지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출산을 하고 일 년이 지난 후, 무슨 일 때문인지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산부인과 의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진료를 봐주신 선생님은 지나가는 말로 유착이 있다고 하셨다.
난소가 자궁에 유착되었는데, 제왕절개 때문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지는 모른다고 하셨다.
나는 그 유착이 더 진행된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고, 더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듣지 못하였다.
그냥 지나가는 얘기였다. 무심히... 그래서 제왕절개로 출산해서 그것 때문에 유착이 된 줄 알았다.
(그때 더 큰 병원으로 가봤으면 지금의 통증이 없었을지도...)
그 후로는 의료법이 바뀌어 비급여이던 초음파가 급여로 바뀌면서 그렇게 단순 질염에도 쑤셔대던 질초음파 검사를 여러 의사들이 담합이나 하듯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고, 단순 질염으로 자주 병원 방문을 하였음에도 질초음파를 하지 않으니 유착은 서서히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작년 6월 갑자기 장염이 와서 고열과 탈수, 복통이 심해서 입원을 한 적이 있다.
그때 CT를 찍고 대장내시경을 했었는데, 대장내시경을 하고 담당 선생님이 대장에 유착이 있어서 대장이 좁아져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냥 그렇게만 말씀해주셔서 큰 문제인지는 인지하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내 고열과 복통이 더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에 낫기만 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래서 이유도 묻지 않았다. 내과 선생님은 스트레스로 인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라고 진단 내려 주셨다.
왜냐하면 대장내시경 결과 게실이 있지만(그건 3년 전 대장내시경에서 발견한 거라 원래 알던 병이었다) 그것 때문은 아니고, 장이 정상의 5배 정도 부어있지만 변검사에서 바이러스가 나온 것도 아니고, 내시경 결과 염증 하나 없이 깨끗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내가 예민한 건 사실이지만 만 40 평생 이렇게 스트레스 안 받는 시기도 없는데... 의아하긴 했지만 그런 줄만 알았다.
'자궁 심부 내막증'을 진단받기 전 까진 말이다.